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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N리뷰] 천우희가 그린 30대…'버티고'의 잔잔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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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주)트리플픽쳐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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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일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스크린 속에서 서영(천우희 분)은 결국 극적으로 아름답게 추락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건네지는 손길에 위로를 받는다. 천우희는 이러한 순간의 감정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겼다. 위태롭지만 감정을 쉽게 분출하지 못하는 서영을 찬찬히 그려내면서 극 전반을 이끌어나간다. 특히 감정을 분출하는 절정에서 천우희의 표정은 복잡한 감정을 들게 만든다.

16일 저녁 개봉한 영화 '버티고'(전계수 감독)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이 창 밖의 로프공과 마주하게 되는 아찔한 고공 감성 무비로, '러브픽션' 전계수 감독의 신작이다. 서영을 둘러싼 얽히고설킨 인간 관계들은 서영을 괴롭게 만들거나, 혹은 짧지만 달콤한 순간을 선사하기도 한다. 영화는 어떠한 구체적 사건보다는 서영의 감정을 충실하게 묘사하며, 이를 바탕으로 전개를 끌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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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가 분한 서영은 일과 사랑, 현실이 위태로운 30세, IT업체의 계약직 디자이너이다. 그는 고층 건물에 있는 사무실에 들어서면 이명과 현기증이 심해지게 되는 인물. 서영은 특히 자신의 감정을 쉽게 내비치지 못하는 성격이다. 바스락거리는 트렌치코트를 입고, 회사에 가장 먼저 출근해 사무실 불을 켜고 업무를 시작하고, 동료와 잠시 수다를 나누는 아주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물론 비밀 사내 연애 중인 연인 진수(유태오 분)와 아슬아슬한 모습을 즐기며 일탈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서영에게 얽힌 관계들은 서영에게 결정적인 위로의 손길이 되지는 않는다. 진수와의 관계도 갑자기 불안정해지고, 엄마의 한탄 섞인 전화가 계속되면서 서영의 현기증은 더욱 심해진다. 그런데 줄에 매달려 고층건물 청소를 하는 로프공 관우(정재광 분)과 서영을 지켜보게 되고, 결국 아무런 관계가 없는 그에게서 서영은 마침내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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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연기에 탁월한 천우희의 연기가 압도적이다. 30대 여성으로 분해 위태로운 상황에 부닥친 서영의 감정은 천우희의 표정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계약직이라는 현실과 비밀 사내 연애, 엄마를 벗어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서영의 아슬아슬한 상태를 천우희는 조심스러우면서 절제된 모습으로 표현했다. 감정의 동요가 일기 시작할 땐, 천우희의 조심스레 떨리는 목소리가 이목을 끈다. 또한 '버티고'는 클로즈업 샷을 많이 사용해 스크린을 꽉 채운 모습으로 인물의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게 했다. 서영의 감정이 절정에 달한 장면은 보디캠을 이용해 서영의 시선을 그대로 따라가며 폭발하는 감정을 고스란히 관객들에 전달했다.

서영과 연인 관계인 진수로 분한 유태오와, 극에 중요한 역할이 되는 로프공으로 분한 정재광의 연기도 눈길을 끈다.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가 비밀을 가진 듯한 역할과 만나 매력을 높인다. 정재광은 순수한 관우의 마음을 무표정한 얼굴로 그려냈다. 감정 변화 없이, 메마른 듯하고 시니컬한 목소리가 관우의 순수한 모습과 어우러져 스크린을 사로잡는다.

다만 마지막 장면의 연출은 다소 난감하다. 서영의 감정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그만큼의 극적인 구원을 묘사한 엔딩 장면에서 등장하는 판타지적인 연출이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영화를 마무리하는 서영의 시니컬한 내레이션도 완급을 조절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버티고'는 인간 관계에서 버티고 버티어내는 우리에게 잔잔한 위로의 손길을 내밀어 준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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