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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화성 8차사건 윤씨 “경찰이 잠 안 재우고 고문..자백 안 했으면 죽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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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 고등학교 졸업사진(왼쪽),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몽타주. (사진=채널A뉴스 화면 캡쳐)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이춘재가 8차 화성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한 가운데, 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수감생활을 한 윤모씨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윤씨는 지난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춘재가 8차 사건을 자백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이 착잡했다”고 말했다.

“30년 전 기억을 떠올려달라”는 요청에 그는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형사들이 와서 조사할 게 있다고 해서 끌려갔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별일 아니라고 금방 보내준다고 했다”면서 “그 당시 ‘거짓말 탐지기에서 뭐가 안 맞는다고 데려가 조사해’라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3일 정도 잠을 재우지 않고 쪼그려 뛰기를 몇 번 했다”며 “미치지 않는 이상 사람이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아마비 장애가 있어) 쪼그려 뛰기가 잘 안 되니까 앉았다 일어났다를 시켰다. 그걸 못해서 누군가 발로 찼다”며 “가슴과 엉덩이 쪽을 많이 맞았다”고 밝혔다.

윤씨는 자신의 자백이 담겼다는 진술서 역시 경찰의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조사받을 때 어떤 형사가 ‘너 하나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한다’는 얘기를 했다”며 “형사가 조서에 이렇게 이렇게 하라는 얘기를 했었다. 몇 대 맞고 나니까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폭행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다는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20년을 감옥에서 버텼냐”고 묻자 윤씨는 “솔직히 처음에 죽을 생각도 했지만, 종교의 힘으로 버텼다”고 답했다. 이어 “여기서 나가서 살 수만 있다면 누명을 벗고 싶다는 기도를 했다”면서 “지금 꿈이 있다면 진실을 밝히고 제 명예를 찾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 1988년 9월 발생한 화성연쇄살인 8차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이듬해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당시 그는 “경찰의 혹독한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었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상급심 재판부는 윤씨의 자백에 대해 “신빙성을 의심할만한 부분이 없고 수사기관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도 없다”고 판단해 윤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윤씨는 1990년 5월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복역 도중 징역 20년으로 감형을 받은 윤씨는 2009년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이와 관련해 윤씨는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현재 재심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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