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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Tech & BIZ] 스피커 없이도 소리 듣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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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인 '서진에프엔아이'가 개발한 모자 '제로아이'를 쓰면 이어폰이나 헤드폰이 없어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모자에는 배터리, 블루투스 무선 통신 장치, 마이크, 그리고 4개의 골전도 진동기가 달렸다. 스피커 대신 이 진동 장치가 떨리며 머리뼈에 직접 소리를 만들어 전달한다.

모자뿐만이 아니다. 최근 진동을 소리로 바꾸는 다양한 기술이 등장해 실생활에 적용되면서 '스피커 없이 소리를 듣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TV처럼 스피커가 제품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전자기기는 스피커가 사라지면서 제조 단가가 낮아지고 더 깔끔한 디자인이 가능해졌고, 스마트폰은 스피커 자리에 배터리를 넣어 사용 시간을 더 늘릴 수 있게 됐다.

◇스피커 없이 소리 내는 자동차·TV 등장

글로벌 자동차 기술 기업 '콘티넨탈'은 최근 현악기의 원리를 응용한 '스피커 없는 카오디오'를 개발하고 있다. 'Ac2ated(액추에이티드) 사운드'라는 이름의 이 카 오디오 시스템은 소리 신호를 받는 액추에이터(actuator)와 신호를 진동으로 바꾸는 변환기, 이를 확산하는 패널로 구성돼 있다. 바이올린의 현과 활이 진동을 만들고, 진동이 브리지를 타고 바이올린 몸체로 확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패널의 특정 부분이 진동하면 이것이 차량 전체로 확산해 소리가 나는 원리다.

이러한 카 오디오 시스템은 스피커를 없앰으로써 차량의 무게를 줄이고 내부 공간을 더 넓게 확보할 수 있다. 콘티넨탈 측은 "우수한 3D 사운드를 내기 위해서는 총부피가 10~30L 정도의 스피커 20개 이상이 필요하지만, 스피커 없는 카 오디오 시스템을 장착하면 무게는 1㎏, 총부피는 1L 정도면 된다"고 설명했다.

조선비즈

한 운전자가 스피커 없는 차 안에서 관현악 연주를 듣고 있다. 콘티넨탈은 대시보드 등 차량 내부 마감재가 진동하며 스피커 없이 소리를 내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오른쪽은 이어폰 없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모자 ‘제로아이’. /콘티넨탈·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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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계에서는 이미 스피커 없이 화면 자체에서 소리가 나는 TV가 등장했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세계 최초로 TV 패널이 자체 진동하며 소리를 내는 '크리스털 사운드 OLED(CSO)' 기술을 개발해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이를 적용한 88인치 8K CSO TV를 공개했다. 이 TV는 화면에 새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날면 TV 화면의 왼쪽 부분과 오른쪽 부분이 차례로 진동하며 실제 새가 이동하는 것과 같은 입체적인 소리를 낸다.

중국과 일본 업체들도 LG디스플레이를 따라 스피커 없는 TV를 속속 내놓고 있다.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는 화면이 자체적으로 진동하며 소리가 나는 '소닉 스크린 레이저 TV'를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에서 선보였다. 이 기술은 LG디스플레이의 기술과 유사하면서, 소리와 이미지의 결합이 더 자연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니는 올 6월 미국에서 LG디스플레이의 CSO 기술을 적용한 '브라비아 마스터 시리즈 A9G' TV를 출시했다.

◇스마트폰 스피커 없애 풀스크린 구현

스마트폰 업체들도 스피커 대신 화면을 진동판으로 삼아 소리를 내는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 위·아래에 위치한 스피커를 없애면, 스마트폰 화면을 더 넓게 만드는 '풀스크린' 구현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내부 공간을 절약해 더 큰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다.

이 분야도 LG전자가 선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이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폰 'LG G8 씽큐'를 출시했다. 전화를 받을 때 수화기 구멍이 아니라 화면 어느 곳에 귀를 대든지 소리가 들린다. 뒤이어 삼성디스플레이도 화면 뒷부분의 작은 '진동 발산기'가 화면 패널을 진동시켜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고도 소리를 전달하는 '사운드 온 디스플레이(SoD)'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삼성전자가 지난 4월과 6월 각각 출시한 삼성 갤럭시 'A60'과 'M40'에 적용됐다.

중국 기업 중에는 비보(Vivo)와 화웨이(華爲)가 이와 비슷한 기술을 구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별도 스피커 없이 제품 몸통의 전체 혹은 일부의 진동으로 소리를 만들면 제품 생산 단가도 내려가고, 제품 내부의 공간이 많이 절약되어 다른 부품을 넣을 수 있는 등 다양한 이점이 있다"면서 "이러한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은 앞으로 더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민 기자(dori238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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