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법원 “성폭행 의도 증거 없어… 가능성으로 처벌땐 형벌권 남용”
주거침입만 인정해 징역 1년 선고
檢은 문 여는 시도에 강간미수 적용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연학)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 강간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 씨(30)에 대해 주거침입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의 쟁점은 강간미수죄 적용 여부였다. 조 씨는 5월 28일 새벽 귀가하던 20대 여성 A 씨의 집까지 뒤따라가 벨을 누르고 문고리를 돌리는 등 문을 열려고 시도했다. 도어록 비밀번호를 눌러보기도 했다. 이 모습은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고 혼자 사는 여성들에게 극심한 공포를 줬다. 검찰은 조 씨가 문을 열려고 시도한 행위가 강간죄 실행의 착수에 해당하는 폭행 내지 협박이라고 보고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조 씨가 A 씨를 강간할 목적이 있었는지 유죄로 단정할 수 있을 만큼 명백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 씨가 강간 의도로 행동했다는 의심이 전혀 안 드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단지 (강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처벌한다면 국가형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을 열려고 시도한 행위를 강간죄 ‘실행의 착수’로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조 씨가 현관문을 친 행위 등이 의심 없이 강간으로 이어질 직접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문을 열어보라’는 등의 말도 협박으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이 일반적인 주거침입과는 다른 중한 범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 씨는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 선량한 시민 누구나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를 줬다”며 “범행 장면은 1인 가구가 증가한 상황에서 주거침입, 성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원래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운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조 씨를 엄벌했다고 입을 모았다. 박찬성 고려대 인권센터 변호사는 “주거침입죄 기존 판례에 비해 이번 사건 양형이 무거웠다”며 “성범죄에 대한 공포를 유발한 점을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거침입죄의 법정형을 높이고 명확한 양형기준을 세워 처벌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수연 변호사는 “10년 이하인 강제추행 법정형에 비해 주거침입죄는 3년 이하로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다.
김예지 yeji@donga.com·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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