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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기고] 가사근로자 권리 보호법 제정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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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로 가사서비스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나 가사노동 종사자는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가사서비스 수급은 대부분 회원제에 의한 직업 소개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절대 다수가 비공식 시장에 머물러 있어 전체 규모를 추산하기가 어렵다.

가사노동이 음성화된 데는 법의 영향이 크다.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은 "이 법은…가사 사용인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가사근로자를 적용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다. 그 밖에 최저임금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등도 '가사 사용인' 또는 '가구 내 고용활동'에 대하여는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그 결과 가사근로자는 부당해고나 임금체불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휴가가 없으며, 최저임금이나 퇴직금도 보장받지 못한다. 일하다가 다쳐도 재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실직해도 실업급여를 지급받지 못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1년 6월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협약'(제189호)을 채택해 가사노동 종사자를 근로자로 인정하면서 이들의 근로조건 보호 및 사회보장권 확대를 촉구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2013년,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의원안(서형수 의원안과 이정미 의원안)과 정부안으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하 가사근로자법)이 발의돼 있으나 여전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의원안과 정부안은 휴게·휴일·휴가 부여 방식, 공익적 제공기관 우대 등에서 일부 차이가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즉 고용노동부가 인증하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가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노동법상 사용자의 책임을 지고 서비스 관리, 정보 공개 및 피해보상의 책임 등을 맡는다. 서비스 이용자는 제공기관과 이용 계약을 체결해 요금을 지불하고, 가사근로자는 제공기관으로부터 임금을 지급받고 노동법 및 사회보장법 적용을 받는다.

가사근로자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동안 스마트폰 앱에 의한 플랫폼 업체들이 가사서비스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대개 '서비스 중개자'로서 가사서비스 종사자들과 근로 계약이 아닌 용역·위탁 계약을 체결한 후 건당 서비스 대가를 지급한다. 이 같은 운영 방식으로 인해 플랫폼 시장의 가사서비스 종사자는 근로자의 지위조차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플랫폼 업체가 가사서비스 시장을 평정한다면 종사자 지위가 더욱 열악해질 것이다. 다행히 플랫폼 가사서비스 업체들도 정부 인증을 받아 공식 산업으로 발전하길 기대하며 가사근로자법안이 통과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가사서비스 시장이 양성화되면 이용자는 제공기관 인증제, 서비스 정보 공개 등을 통해 믿을 수 있는 가사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제공기관은 서비스의 공식화와 전문화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으며, 종사자는 근로자로서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받게 된다. 시장 규모도 2020년 기준 약 7000억~1조1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돼 중장년 여성 일자리가 확대되고 세수 증대 효과가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관계 당사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가사근로자법 제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하길 기대한다.

[조성혜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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