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농단’ 공판 증언
“양 지시로 견제 문건 만들며
재판 개입 부적절하다 생각”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재판에는 2015~2016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심의관이었던 문성호 판사(44)가 증인으로 나왔다. 문 판사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대법원장께서 비상적 대처방안 검토 지시를 하셨다’라고 하면서 여러 방안을 불러줬다”며 문건 작성 경위를 설명했다. 헌재를 비하해 권위를 떨어뜨리는 방안을 담은 문건이다. ‘부당한 지시라고 생각했다면 작성을 거절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검사 질문에 문 판사는 “그 점에 대해서는 크게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헌재에 파견된 최희준 판사로부터 헌법재판관들의 평의 내용을 전달받은 것을 두고도 문 판사는 “‘이렇게 해도 되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서 저지하거나 반대의사를 명확히 하지는 못했다. 지금도 후회스럽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헌재가 심리 중인 민감 사건 목록’을 보면 헌재의 업무방해죄 사건과 관련해 “1차 평의→한정위헌 다수, 강일원 재판관 단순위헌 의견 제시해 2차 평의기일 추정” 등이 기재됐다. 문건의 파일명에는 ‘처장님 지시사항’이라고 돼 있다. 박병대 처장을 가리킨다.
업무방해죄와 관련해 다른 문건에는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의도가 보이는 문구들이 들어 있다. “유사사례 발굴 후 선제적 무죄 취지 판결 선고”, “현재 대법원에 계속 중인 관련 사건의 발굴”, “헌재 결정 이전에 대법원이 먼저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중요함” 등이다. 문 판사는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하면 비판적인 논문·평석을 쓰거나, 공보관을 통해 대법원 입장을 밝히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결정 이전에 무언가를 하려고 하니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적절하지 않은 생각까지 하게 됐던 것 같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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