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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韓·아세안 동반열차로 처음 한국 둘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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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국은 늘 기대 이상 창조적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기는 국가죠.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이 서울역에 모여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오늘 행사가 그 증거입니다."

16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 3층은 250여 명의 외국인으로 가득했다. 이들은 다음달 25일 부산에서 개막하는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성공을 기원하며 한·아세안센터(사무총장 이혁)가 마련한 '한·아세안 열차' 행사에 초청된 아세안 10개국 인사들이다.

한국 문화와 정서를 느끼기 위해 17일까지 부산, 광주, 경주, 순천 등 전국 주요 도시를 둘러보는 이들 중에서도 단연 페 민 미얀마 공보부 장관(사진)은 눈에 띄는 인물이었다. 10개국 참석자 중 유일한 현직 장관이면서 올해 70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넘치는 에너지를 과시하며 모든 일정을 거침없이 소화해냈다.

"아세안 10개국 분들이 한 기차를 타고 한국의 아름다운 도시와 문화를 경험하는 사례는 한국 현대 역사에서도 처음일 거예요. 1989년 한국과 아세안이 첫 대화 관계를 맺은 지 30년이 되는 올해 한국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너무 기쁩니다." 그는 '한·아세안 열차'라는 아이디어 참신성을 연방 치켜세우며 "이런 창조적 접근이 가능한 한국이기에, 다음달 부산 정상회의에서도 아세안 국가들과 새로운 미래지향적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페 민 장관의 이번 방문은 신문·방송·출판·영화·음악 등 미디어와 문화 콘텐츠 정책을 관장하는 미얀마 최고책임자로서 한국과 교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그는 "두 말 할 나위 없이 한국 K팝과 우수한 영화 콘텐츠는 아세안 경제권에서 한국을 보다 결속력 있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첫 기착지인 경북 영천으로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인터뷰 도중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부르기도 했다. 일흔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된 어깨춤이 이어졌다. "우리는 종종 문화와 콘텐츠 힘을 무시합니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해외 스타를 사랑하면 그 스타를 만든 나라까지 함께 사랑하게 됩니다. 그게 바로 제가 가장 부럽게 생각하는 한국의 '소프트 파워'입니다."

아세안 10개국 중에서도 미얀마는 처절한 민주화 과정이나 고도 경제성장 흐름이 한국과 쏙 빼닮은 곳으로 꼽힌다. 그래서 특히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미얀마 공식 방문이 양국 경제협력의 물꼬를 확대하는 모멘텀이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페 민 장관은 "당시 문 대통령에 대한 첫인상은 '반드시 믿고 있는 바'를 해낼 수 있는 리더 같다는 느낌이었다"며 "문 대통령과 한국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상대로 우리는 미얀마가 아세안 최고의 투자 대상국임을 확신시키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화려한 입담만큼이나 그는 다양한 커리어를 가진 고위 공직자로 유명하다. 양곤에서 의대를 나와 10여 년간 의사 생활을 하다가 돌연 소설가로 변신했다. 1990년대 미얀마국립문학상을 받을 만큼 필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지난 40여 년간 고도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 경제 비결도 한국인 특유의 정신과 무관하지 않다고 확신했다. "아세안 국가들에 한국은 '늘 진보와 발전을 위해 노력한 나라'라는 정체성이 강합니다. 정치적 변화 등으로 잠시 주춤거릴 때도 있지만 한국은 한결같이 진보의 결과물을 보여줬습니다. "

"아세안 국가들은 서로 다른 경제 격차와 정치 제도에도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해왔습니다. 서로 다른 부분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아세안 웨이' 핵심 가치죠."

그는 다음달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이 '원 아시아'라는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역내 '포용성' 가치도 함께 리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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