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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이 영화] 정치무관심 세대가 만들어 더 특별한 반아베영화 '신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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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일 개봉, 아베정권 카케학원 사학비리 스캔들 영화 소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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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처음 각본을 읽었을 때 그 충격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일본영화 ‘신문기자’에서 조직의 논리와 개인의 윤리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내부고발에 나서는 공무원 스기하라를 연기한 배우 마츠자카 토리가 한 말이다(감독의 의도인지 알 수 없으나, 과거 나치에게서 유대인을 구했다는 이유로 ‘법을 어긴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혔던 실존 일본인의 이름 역시 스기하라다).

그는 “이야기 자체는 픽션이지만 현실 속 상황과 밀접히 연관돼 있어 ‘이렇게 직접적인 영화를 만들어도 되나’ 싶어 깜짝 놀랐다”고 한다.

영화 ‘신문기자’는 도쿄신문 사회부 소속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동명 저서가 원작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본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건사고가 일어나도 이를 묵인하는 관료들과 미디어, 사회 분위기에 불편한 질문을 던진 화제의 책이다.

일본영화계 풍토에서 영화 ‘신문기자’ 제작은 특이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주연인 신문기자 요시오카 역의 배우 섭외가 힘들어, 한국의 심은경에게 러브콜을 보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15일 내한한 제작진은 심은경이 섭외 1순위였다고 밝혔다.

■ "시대를 비추는 거울과 같은 작품"

영화는 일본 아베 정권의 카케학원 사학비리를 포함한 가짜뉴스 유포, 댓글뉴스를 통한 여론조작 등 일본 사회의 민감한 문제를 전면에 다룬다. 아시히신문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고 호평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기자가 된 요시오카는 어느 날, 문부과학성이 아닌 내각이 직접 대학 신설을 주도하고 있다는 내용의 익명의 제보를 받고 진실 추적에 나선다. 내각정보실에서 묵묵히 일하는 스기하라는 어느 날 존경하는 공무원 선배의 갑작스러운 자살 소식을 접한다. 이어 선배의 자살 사건에 국가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낀다.

극중 권력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는 두 젊은이, 신문기자 요시오카와 공무원 스기하라의 치열한 고민과 신중한 선택은 비단 일본 사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신문기자’는 우리 사회 권력자들의 부패와 민낯을 고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두 남녀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다 부정부패를 마주했을 때 자신의 직업윤리를 깊이 고민하고 본분을 되새기는 모습을 통해, 각 분야가 제대로 작동돼야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음을 일깨운다. 그렇다면 언론이 본분, 공무원의 본분은 무엇일까?

스기하라는 권력에 맞서 내부 고발자가 되기로 결심하기까지 수차례 망설이고 주춤한다. 이 때문에 ‘신문기자’는 전형적인 영웅담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만큼 우리 곁에 있을 법한 연약한 영웅의 이야기를 그려 공감을 자아낸다.

요시오카는 언론인 아버지가 권력에 맞서다 자살한 아픔이 있다. 그녀는 아버지와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는 협박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간다.

■"정치에서 멀어지면 민주주의도 멀어진다"

카와무라 미츠노부 프로듀서는 ‘신문기자’를 제작하게 된 이유로 “현 아베 정권을 리얼하게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시작은 아베 정권의 카케학원 사학비리 사건이 밝혀지면서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정치적 사건을 봐왔지만 지금의 사태는 너무나도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이 ‘신문기자’ 제작의 출발점이었다.”

그는 “내각 정보실은 아베 정권의 상징이며 가장 예민한 부서다.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그곳을 신문기자가 파헤친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울 것 같았다” 말했다.

미츠노부 프로듀서의 삼고초려를 수락한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프로듀서가 신문을 읽지 않는 내 또래의 세대, 즉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가 연출해야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고 설득해 용기를 냈다”며 “‘신문기자’ 속 상황이라면 관객들은 어떨지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감독의 말대로 ‘신문기자’는 영화 참여 스태프 및 배우 대부분이 정치에 무관심한 20~30대로 구성됐다. 미츠노부 프로듀서는 “그중에는 신문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며 “정치에서 멀어지면 민주주의로부터 멀어진다는 일념 하에 스태프들의 마음을 모았다”고 부연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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