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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이철희 의원의 불출마선언…“정치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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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를 치르는 과정에서 우리 정치 행태에 실망한 현역 의원이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면서 내년 총선의 불출마를 선언했다. “조국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조국 얘기로 하루를 마감하는 국면이 67일 만에 끝났다. 상대에 대한 막말과 선동만 있고, 숙의와 타협은 사라졌다”고도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철희 의원의 얘기다. 나름대로 정치적 역량을 인정받던 그가 조국 파동이 끝나자마자 정계은퇴 방침을 밝힌 데서도 우리 정치의 단면을 읽게 된다.

이 의원이 여당 소속이라고 해서 조국 법무장관 임명에 반대했던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등 야당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정치인 모두,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라며 “단언컨대 이런 정치는 공동체의 해악”이라고까지 여야에 대해 똑같이 실망감을 표시했다.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솔직히 인정했다. 그의 논리가 부분적으로 여권의 입장에서 조 전 장관을 두둔하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자기들 고집대로만 밀고 나가려는 여야 정치권에 대한 준열한 경고임에 틀림없다.

조 전 장관이 그제 사퇴했는데도 여야의 대치 국면은 여전하다. 어제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조국 이슈’를 놓고 양측이 서로 부딪쳤다. 주요 쟁점이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방안으로 옮겨갔을 뿐이다.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더라도 다음 총선이 실시되는 내년 4월까지는 팽팽한 긴장상태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가 멍들고, 민생이 지쳐 버린 상황에서도 당리당략이 먼저인 우리 정치의 모습이다. 이 의원이 스스로 절망감을 호소하면서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현역 의원이 이렇게 성토하고 나섰다면 국민들이 느끼는 환멸감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결국은 다음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두 눈 부릅뜨고 구태에 찌든 정치인들을 솎아내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제 역할을 못하는 정치인은 단호히 퇴출시켜야 마땅하다. 선심공세에 현혹될 게 아니라 누가 진정으로 나라의 장래와 국민을 위하는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이번에 드러났듯이 정의·공정·균등의 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한 기준이다. 불출마선언에 이른 이 의원의 경고를 국민들이 실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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