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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발언대] 대책 없는 자사고·외고 폐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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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주행 前 중화고 교장


정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등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고교 교육 체계 개편을 국민 동의 및 철저한 준비 없이 강행할 경우 교육 현장의 대혼란이 우려된다. 특히 사립학교인 자사고·외고의 건학 이념과 설립자의 교육 철학을 존중해 특색 있는 사학을 지원해야 할 당국이 일방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반민주적인 조치다.

자사고·외고 설립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우열반 편성마저 인정하지 않는 평준화의 부작용 때문이었다. 학업을 포기한 학생과 우수한 학생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면 어느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고, 성적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한다. 이런 부작용으로 많은 학생이 학교를 중퇴한 후 검정고시를 보았고, 조기 유학을 떠나기도 했다.

지금 교육 현장은 과거보다 개선되기는커녕 더 심각해졌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학업을 포기한 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할 경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사고·외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하려면 먼저 학업을 포기한 학생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우수한 학생들이 지적 호기심을 살려 학업에 정진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우수 학생들을 위한 수월성 교육은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선진국들은 오랜 역사를 가진 명문 사립고를 육성하는 한편, 공립학교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위한 교육 개혁을 같이 추진하고 있다. 자사고·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면 공부를 포기한 학생과 우수 학생 모두를 만족시킬 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이게 어려울 경우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대신 자사고·외고 등의 제도·운영상 결함을 시정·보완하는 게 더 현명하다.

[조주행 前 중화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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