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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규제에 발목 잡힌 카카오뱅크·케이뱅크, 탈출구는 계열사 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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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 BIS 비율 급락에 대출금리 인상

케뱅은 증자 못해 4월부터 대출 중단

규제로 인해 대주주 지분변경 막혀

계열사로 지분 넘기는 방법 모색

중앙일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로고.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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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아이콘이던 인터넷은행의 성장이 규제에 발목 잡혔다. 케이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까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대주주 전환이 늦어지면서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두 은행 대주주는 계열사를 통한 규제 우회로를 모색 중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9월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대로, 6월 말(11.74%)보다 크게 떨어졌다. 3분기 들어 대출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금융감독원 권고치인 BIS비율 10% 선에 간신히 턱걸이한 상태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지난 11일 신용대출 금리를 일제히 인상하며 대출수요 줄이기에 나섰다.

순항하던 카카오뱅크가 자본건전성을 걱정할 처지가 된 데는 카카오의 최대주주 전환이 지연된 탓이 크다. 당초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카카오 주도로 증자에 나설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금융위원회 승인까지 받았지만 진전이 없다. 기존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분율을 50%에서 ‘34%-1주’로 낮추는 방안에 차질이 생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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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 비율 떨어지는 인터넷전문은행.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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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금융지주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지분을 한국투자증권으로 넘길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투증권의 공정거래법 위반이력(2017년 벌금형)이 발목을 잡았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라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려는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위반의 벌금형이 없어야 한다.

공정거래법에 가로막힌 곳은 케이뱅크도 마찬가지다. 케이뱅크는 KT의 대주주 전환을 위한 금융위의 심사가 지난 4월 중단됐다. KT가 2016년 지하철 광고 시스템 입찰 담합을 벌금형을 받은 데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KT를 다시 담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계획했던 대로 증자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케이뱅크는 자본 부족으로 4월부터 대출을 중단했다.

공정거래법 허들은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넘기 힘들다. 이를 피하기 위해 한투금융지주와 KT는 우회로를 모색 중이다. 현재로선 계열사로 지분을 분산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한투금융지주의 경우 한투증권 대신 다른 계열사(한국투자캐피탈·저축은행·밸류자산운용 등)로 카카오뱅크 지분을 나누는 방안이 검토된다. 지주는 법이 정한 한도(5%)만 보유하고 3개 계열사가 9.66%씩 나누는 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투금융지주가 어느 계열사로 지분을 분산할지를 현재 금감원과 협의하는 단계”라며 “금융당국은 해당 계열사가 대주주로서 유사시 은행을 지원할 수 있을지를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도 비슷한 전략을 쓸 수 있다. KT가 직접 지분율을 10%에서 34%로 높일 수는 없지만, 계열사를 통해 케이뱅크를 지배하는 것은 가능하다. KT로선 다른 주주(우리은행, DGB금융)를 움직이는 것보다 간단한 방법이다. 다만 42개에 달하는 KT 계열사 중 인터넷은행과 시너지를 낼만한 ICT기업이 어디일지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한투나 KT가) 계열사 지분 구조를 짜온다면 자세히 들여다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제3인터넷은행 인가를 추진 중인 금융위로서는 제1, 제2 인터넷은행이 위축되는 것은 부담이다.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이라는 정공법도 필요하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정거래법 위반이 은행 대주주의 결격사유가 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자격 완화를 통해 혁신적 서비스 출현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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