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6 (월)

[사설] 건보재정 더 늦기 전에 수술해야 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발표한 건강보험 재정추계에 따르면 지금 20조원인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이 2023년에는 1조원으로 줄어든다. 같은 해 기준 11조원 누적적립금을 예상한 정부 예상치와는 큰 차이가 있다.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보장성 강화로 건강보험 당기수지 적자폭이 계속 늘어난다는 게 홍 교수 주장이다. 보건복지부는 당기수지 적자가 올해 3조1636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든다고 본 반면 홍 교수는 매년 늘어나 2023년에는 7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2022년까지 평균 3.49% 보험료 인상을 가정한 반면 홍 교수는 이보다 낮은 3.2% 인상률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정부는 이미 내년도 보험료 인상률을 계획보다 낮은 3.2%로 결정했다. 홍 교수 계산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고 볼 수만도 없다.

건보 재정전망은 장기로 가면 더 암울하다. 조세재정연구원이 1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형으로 계산했을 때 2065년 건강보험 총지출은 753조9000억원으로 올해(69조2000억원)보다 11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소득의 6.46%인 보험료율은 2065년에는 18.3~25.7%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현행법상 보험료율 상한선은 8%인데 이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60년 건보 누적적자는 3459조원으로 추산된다.

건보 재정 악화는 인구 고령화의 필연적인 결과다. 2065년은 먼 얘기 같지만 인구 구조 관점에선 '확정된' 미래이고 눈덩이처럼 불어날 건보 적자 또한 당면한 현실이다. 현재 OECD 회원국 평균 건보 보험료율이 12~13% 수준인데 많은 나라들이 이 정도만으로도 벅차하고 있다. 그 두 배 되는 보험료율을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 현실적인 보험료율 상한선을 재산정하고 점진적으로, 그러나 너무 늦지 않게 인상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능력을 벗어나는 보장은 억제하고 필요하면 줄여야 한다. 갖은 보장성 확대로 선심은 다 써놓고 보험료 인상 설득 부담은 뒤로 미루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