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2 (목)

[사설] 자사고 등 일반고 일괄전환, 하향 평준화하려는가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를 비롯한 교육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6월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자사고 폐지-일반고 전환 공약 이행 촉구 기자회견'에서 자사고를 비롯한 특권학교 폐지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여당과 정부, 청와대가 2025년에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교육부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일괄 전환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그동안 추진해온 단계전환 정책이 사실상 무력화되자 정부가 아예 한꺼번에 없애자고 나선 것이다. 앞서 교육부는 올 들어 전국 24개 자사고를 평가해 10곳에 대해 지정취소 결정을 내렸으나 법원이 8월 말 자사고에서 낸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제동을 걸었다.

일괄 전환은 과거 고교 평준화 시대로 회귀하자는 것이어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게 불 보듯 뻔하다. 당장 학생의 학교 선택권과 교육정책의 안정성을 해치는 일이니 학부모와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할 것이다. ‘수월성 교육이냐, 평등성 교육이냐’라는 해묵은 논쟁이 불붙으면서 교육현장이 이념 갈등의 장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원래 교육 문제는 정답이 없고 제도마다 제각기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박정희정부 시절 고교 평준화가 시행됐고, 김대중정부는 2002년 고교 평준화의 획일성을 보완하기 위해 자사고 제도를 도입했다. 자사고는 교육과정의 편성·운영이 자유로워 교육의 질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문재인정부는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일반고를 황폐화시킨다는 이유로 자사고 등을 적폐로 몰고 있다. 불평등 해소라는 형식논리에 매달려 섣불리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에 나섰다가는 교육을 하향 평준화의 나락으로 빠트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육 평준화는 글로벌 추세와도 맞지 않다. 교육 선진국들은 대부분 영재급 학생을 따로 교육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수월성 교육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창의적 인재를 키우지 않고는 나라의 미래를 기약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천재 한 명이 수천, 수만명을 먹여 살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아닌가. 정부는 공교육 내실화에 힘을 쏟으면서 자사고 등과 일반고의 공존 방안을 모색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