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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하쿠나마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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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정

남아프리카 여행 중 만난

현지인 가이드 지미

두 귀를 떼어내 머리에 붙이면

영락없이 하마 닮은

하지만 반갑다며 내미는 검은 손길

목화송이처럼 부드러웠다

여행 중 목이 아파 연달아 기침을 할 때마다

하쿠나마타타

낯선 물갈이 병으로 끙끙거릴 때에도

하쿠나마타타

짐바브웨의 검은 햇살이 빙긋이 웃는다

모국의 여왕을 흠모한 리빙스턴의 세레나데

빅토리아 폭포 소리 너머로

아슴푸레 떠오르는 무지개를 가리키며 연신

하쿠나마타타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던 하얀 이 드러내며

하쿠나마타타, 연발하던

그 사내의 눈빛이 가을하늘에 아물거린다

내가 허기뚱할 때마다

세계일보

필자는 한 달 동안 인도를 배낭 여행한 적이 있다. 인도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노 프라블럼(No Problem)’과 ‘나마스테’이다. ‘나마스테’는 인사말이고 ‘노 프라블럼’은 문제가 생겨도 “아무 걱정하지 마, 다 잘될 거야”라는 무한 긍정의 말로 쓰인다. 남아프리카의 ‘하쿠나마타타’도 “다 잘될 거야”라는 말이라고 한다.

짐바브웨 여행 중 만난 현지인 가이드 지미는 시인이 여행 중 목이 아파 연달아 기침을 할 때도, 낯선 물갈이 병으로 끙끙거릴 때에도, 음악을 들을 때도, 빅토리아 폭포 소리 너머로 아슴푸레 떠오르는 무지개를 보면서도 ‘하쿠나마타타’를 연발한다. 시인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지미의 눈빛을 떠올리며 다짐한다. “생이 기우뚱할 때마다 희망을 품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거야.”

그렇다. 지금 힘들더라도 힘든 고비를 넘기면 다 잘될 것이다. ‘하쿠나마타타.’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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