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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美, 북부 주둔군 완전 철수에… 대혼돈의 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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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불개입주의’ 내세우며 철군 강행 / 美국방 “미군 1000여명 철군 준비” / 쿠르드, IS 퇴격 연대 美 배신에 / 적대관계인 시리아군과 손잡아 / 터키 침공 맞서 러와도 연대 모색 / 쿠르드 “시리아군 국경에 배치” / 혼돈 틈타 IS세력 785명 탈출 / 8년 이어진 시리아내전 새 국면

미국이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1000명 규모의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기로 결정하고, 일부 미군 병력은 이미 그 지역을 떠나기 시작했다. 미국이 이슬람국가(IS)와 화해를 이유로 IS 격퇴를 도왔던 쿠르드족에 등을 돌리자 쿠르드족은 터키 침공에 맞서기 위해 적대 관계였던 시리아 정부군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8년간 계속된 시리아 내전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세계일보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거점 알 말리키야(데릭)에서 13일(현지시간) 쿠르드 지도자 헤브린 카라프와 쿠르드 대원, 민간인들의 장례식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총을 들고 이들을 추모하고 있다. 친터키 반군 일파인 시리아국가군(SNA)은 지난 12일 시리아 북부 국경도시 고속도로에서 미래당의 공동의장이자 여성 정치 지도자 카라프 등 민간인 9명을 처형했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가 발표했다. SNA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알 말리키야=AFP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13일(현지시간)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부 시리아에 있는 1000여 명의 미군을 철군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터키가 쿠르드족 축출을 위해 시리아 북부 지역을 점령하고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불개입주의’를 내세워 미군 철군 계획을 강행한 것이다.

이번 미군 철수는 지난 7일 탈 아비아드와 라스 알-아인에서 50명의 미군 병력을 철수한 이래 세 번째이고, 북부 시리아의 아인 이사(Ain Issa)에 있던 소규모 미군 부대가 이날 전초기지를 떠났다고 CBS가 전했다. 에스퍼 장관은 전날 밤 트럼프 대통령과 이 문제를 상의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글에서 “터키 국경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전투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매우 현명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지난 5년 동안 쿠르드 민병대와 연대해 IS와 시리아 정부에 맞서왔다. 미국은 이를 통해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는 러시아와 이란을 견제하고, 시리아 내전 이후 전개될 평화 정착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기존 정책을 갑자기 폐기했고, 이제 미국이 사용할 지렛대가 거의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그의 후원 세력인 러시아 및 이란이 자유롭게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고, 어렵게 물리쳤던 ‘이슬람 국가’ 세력이 재건할 잠재적인 문이 열렸다”고 강조했다. 터키 공격을 틈타 쿠르드 보안군이 지키던 시리아 북부 아인 이사의 IS 조직원 친·인척 억류 캠프에서 785명이 탈출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AP통신은 쿠르드 당국의 성명을 인용해 950명의 IS 지지자들이 캠프 경비원들을 공격하고, 출입문을 부순 뒤 탈출했다고 전했다.

터키군은 시리아 북부 지역으로 진격한 지 5일 만에 2개 도시를 점령했다.

이에 맞서 시리아 정부는 이날 정부군을 파견해 터키군을 저지하기로 쿠르드족과 합의했다. 쿠르드족은 그동안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붕괴를 목표로 싸우다가 갑자기 시리아 정부군과의 연대를 추진한 것이다. 쿠르드족은 시리아 정부가 터키와의 전체 국경 지대를 따라 군대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시리아군이 터키와의 국경을 따라 배치되면 쿠르드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SDF)이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기로 양측이 협정을 맺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마즐룸 아브디 SDF 총사령관은 포린 폴리시 기고문을 통해 “시리아 쿠르드족이 기존 미국과의 동맹을 재고할 수밖에 없게 됐고, 그동안 적대관계에 있던 러시아 및 시리아 아사드 정권과의 타협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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