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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태아 성별 알아내려… 중국서 홍콩으로 임산부 혈액 샘플 밀반출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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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난 2월 중국 선전에서 밀반출하려다 발각된 142개 혈액 샘플. CN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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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임신부들의 혈액 샘플이 홍콩으로 밀반출되는 사례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로 ‘태아 성 감별’을 위해서다. 중국 정부는 성비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 태아의 성 감별을 금지하고 있는 상태지만, 이러한 법망을 피해서 자식의 성을 미리 확인하려 하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CNN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 선전(深圳) 뤄후(羅湖) 검문소에서 12세 소녀가 혈액 샘플 병 142개를 배낭 속에 숨기고 있다가 적발됐다. 홍콩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앞서 지난 2017년 7월에도 선전 푸톈(福田) 검문소를 지나던 한 중년 여성의 속옷 안에 감춰져 있던 혈액 샘플이 대량 발견되는, 사실상 같은 유형의 사건이 있었다. 당국은 이에 대해 “혈액 샘플 병에 중국인 산모들의 이름을 적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고 발표했다. 운반책 역할을 한 이들은 ‘민감한 물질’을 밀반출하는 대가로 회당 100~300위안씩(14~42달러ㆍ약 1만7,000~5만원)을 받았다고 홍콩 관리들은 밝혔다. 이 혈액 샘플은 홍콩의 병원으로 보내져 태아의 DNA 테스트에 사용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2년부터 심각한 성비 불균형을 우려, 태아의 성 감별을 금지해 왔다. 중국국가통계국 발표를 보면, 2017년 말 기준 중국의 전체 인구 14억여명 가운데 남성 인구 수는 여성보다 3,270만여명 더 많다. 특히 남아선호 현상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한 자녀 정책’을 실시하는 바람에 ‘여아 낙태’ 사례가 만연해 있다는 게 CNN의 지적이다. 물론 한 자녀 정책은 2015년 부분적으로 폐지되긴 했으나, “양육 부담 탓에 자녀는 한 명만 낳으려 하는 부부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매체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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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 인형 속에 혈액 샘플을 숨긴 모습(왼쪽) 웨이보에 올라온 과거 혈액 테스트 보고서(오른쪽). CN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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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심각한 문제는 혈액 밀반출을 돕는 에이전시 수십 곳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라는 사실이다. 또 최근에는 정부 단속이 갈수록 심해지자 혈액 샘플을 아예 봉제 인형이나 과자 상자 속에 숨긴 뒤 우편으로 부치는 등 그 수법도 더욱 교묘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에이전시 판매 담당자를 인용해 “임신부들은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3,500위안(490달러ㆍ약 58만원)을 지불하며, 이런 과정에는 약 일주일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은 혈액 수출 자체를 금지하는 반면, 홍콩의 경우엔 전염성 병원체가 포함됐다고 의심되지 않는 혈액에 한해선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홍콩에서도 등록된 의료업자가 채취한 혈액 샘플만 성 감별이 가능하나, 이를 무시하는 업체들이 많다고 CNN은 전했다. 이와 관련, 홍콩 당국이 의료실험산업 성장을 위해 ‘알면서도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미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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