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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쿠르드, 생존위해 시리아 정부군과 손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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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배신에 러시아와도 연합 언급
"교전 휘말릴라" 미군 대피 준비
"수혜자는 IS·이란·러 뿐" 지적도


파이낸셜뉴스

영국 런던에서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13일(현지시간) 터키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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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맹공을 받고 있는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이 생존을 위해 그간 앙숙이었던 시리아 정부군과 손을 잡기로 했다. 미국의 보호를 잃어버린 쿠르드측은 러시아와도 연합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이로써 2014년부터 시리아에 발을 들인 미국은 미군 철수와 함께 지역 내 영향력을 잃을 전망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쿠르드 자치 당국은 13일(현지시간)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과 함께 터키 침략군을 막겠다고 밝혔다. 쿠르드 측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쿠르드 민병대인 시리아 민주군(SDF)을 돕기 위해 터키 국경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주장했고 같은날 시리아 국영방송도 이를 확인하며 군이 북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쿠르드족은 지난 2011년 시리아 내전 이후 나라가 혼란해진 틈을 타 시리아 북부에 세력을 형성했다. 이들은 2014년 이후 이슬람국가(IS)를 축출하는 과정에서 미군과 함께 싸우며 시리아 북부를 자체적으로 다스리고 있다. 쿠르드족은 이 과정에서 시리아 정부군과도 적대 관계였으나 미국이 이달 터키의 쿠르드령 침공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무방비 상태에 빠졌다. 미 CNN은 12일 보도에서 마즐룸 코바니 SDF 사령관이 이틀 전 미 정부와 접촉해 미국의 배신을 규탄하며 미국이 터키를 막지 않는 다면 시리아 정부군이나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와 손잡겠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SDF는 13일 정부군과 협력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러시아와 어떤 식으로 연계할 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은 이 같은 상황에서도 미군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3일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시리아 북부에 흩어져 있던 미군 1000명을 대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터키군의 공세 구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며 "지역 내 양측 군대가 전진하면서 미군이 교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는 지난 6일 터키 침공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발표 이후 시리아 북부의 병력을 수십명씩 빼냈으나 이번 발표로 철수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같은날 자신의 트위터에다 "터키 국경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연루되지 않는 것은 매우 영리한 행동이다"라며 자신의 결정을 옹호했다.

에스퍼 장관은 철수한 미군이 시리아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지, 아니면 시리아를 완전히 떠날 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만약 미군이 완전 철군할 경우 현지 정세는 지난 2014년 IS와 전쟁 이후 형성된 미군과 쿠르드족, 시리아 반군들의 협력이 무너지면서 정부군과 이를 지원하는 러시아, 이란계 민병대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게 된다. 이미 쿠르드가 반대 진영과 협력을 선언한 만큼 시리아 내전 또한 정부군 주도로 마무리될 확률이 크다.

이에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스 의원(뉴저지주)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혼란스럽고 계획 없는 트위터 정치가 미군과 시민들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번 조치의 수혜자는 IS와 이란, 러시아 뿐이다"고 지적했다. 같은날 외신들은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족이 관리하던 IS 포로수용소에서 포로 785명이 터키군 포격을 틈타 무더기로 탈옥했다고 전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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