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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시행령서 자사고 등 설립근거 삭제…확정땐 사실상 고교 평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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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입시 정책 대변화 ◆

매일경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6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진행된 `대입제도 개선` 비공개 당정청 회의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투명성 강화 등을 포함한 개선안을 논의하고 있다. 당정청은 지난달 18일 국회에서도 비공개 회의를 열고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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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4일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의 일괄 폐지 가능성을 공론화했다. 교육부는 해당 특목고의 일괄 폐지 구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연내 계획을 밝히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의 고교체제 개편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게 교육계 평가다.

교육계는 교육부가 당과 청와대에 지난달 보고했던 안대로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을 2025년에 그대로 시행하면 중등교육 제도가 대전환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기상 일괄 전환 시점이 2025년이어서 차기 정부 과제로 다시 논의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불확실성 요소로 거론하고 있다. 이날 교육부는 당과 청와대가 함께 논의 중인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의 일괄 전환 계획'과 관련해 "고교 서열화 해소와 대학혁신 지원 등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어떠한 내용도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현재 교육계에서는 일괄 전환 시나리오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0조(외국어고·국제고 설립 근거 조항)와 제91조(자사고 설립 근거 조항)를 삭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육계 일각에서는 일괄 폐지 방안 중에서도 광역단위 모집 자사고를 우선 폐지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앞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 당시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서울에서는 이명박정부 당시 급속히 자사고가 늘어나면서 고교 서열화 현상이 나타났다"며 "그 결과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 경쟁이 심화됐고, 교육 시스템까지 왜곡시켰다"고 말해 서울 등에 밀집해 있는 광역단위 자사고를 실질적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교육계 안팎에서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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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교육부는 전북 상산고(전국단위)에 대해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린 전북도교육청 판단을 뒤집고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교육부는 전북도만 유일하게 재지정 평가 커트라인을 다른 시도(70점)보다 10점 높은 80점으로 한 것이 타당성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고 했으나, 일각에서는 서울권 광역단위 자사고가 대거 탈락한 점을 언급하며 전국단위 자사고는 사정권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교육부 측은 "전체 자사고를 일괄 폐지할지, 부분 폐지할지 등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일괄 전환하는 과정에서 법적인 논란도 있다는 지적이 교육계 안팎에서 나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자사고와 특수목적고 설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삭제하는 것 자체는 큰 힘이 들지 않는다. 해당 조항들은 대통령령이어서 국회 의결을 별도로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자사고 일괄 폐지와 관련해 근거 조항이 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의 3만 삭제한다고 해서 기존 자사고를 모두 없앨 수 있는지는 법적인 해석에 차이가 있다. 91조의 3은 '교육감은 법 제61조에 따라 자율형사립고를 지정 및 고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곧 해당 조항이 상위 법인 초중등교육법의 위임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의 3을 삭제하더라도 그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 61조가 그대로 남아 있어 이미 지정된 자사고를 없앨 수 있는지 논란이 일 수 있다고 교육계와 학계는 분석한다.

자사고들도 이 같은 다툼의 여지를 들어 향후 정부의 자사고 일괄 폐지 움직임에 강한 반기를 들 가능성이 있다.

더 큰 문제는 해당 내용이 차기 정부에 적용될 사안들이어서 100% 확정된 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학부모들과 학생들도 이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 두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그간 시시때때로 바뀌는 교육정책 때문에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만약 정권이 바뀌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니냐"면서 "기존 일반고에 대한 학부모 불신이 상당한 상황에서 결국 학원만 더 다니게 하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당초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가 표방했던 '수월성 교육'에 대한 학부모·학생들 수요가 여전히 많은 가운데 '평준화 교육'을 내건 일반고에 내실 있는 공교육 강화 정책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계 한 인사도 "자사고와 외국어고 폐지 이후 대안에 대한 물음표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정부는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 불신을 사그라들게 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대책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과 함께 고교학점제를 기반으로 한 학생별 맞춤형 교육을 진행한다는 잠정 계획을 갖고 있다. 교육부는 △응용·심화 교과를 위한 외부 전문가의 교수요원 채용 △수업 혁신을 위한 교원 연수 등에 대한 세부 계획을 강구 중이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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