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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EU 골칫거리 우파 민족주의 정당들, 폴란드에서는 이기고 헝가리에선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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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폴라드 법과정의당(PiS) 대표(오른쪽)가 13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 출구조사 결과 승리한 것으로 드러나자 꽃다발을 들고 기쁜 표정으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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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치러진 폴란드 총선에서 집권 법과정의당(PiS)이 승리했다. 같은 날 치러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시장 선거에서는 집권 피데스 소속 현 시장이 야권 후보에 패배했다. 동유럽의 대표적인 우파 민족주의 정당 두 곳이 같은 날 치러진 선거에서 상반된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폴란드 국영 TVP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총선 출구조사 결과 우파 민족주의 성향 법과정의당이 43.6%를 득표해 전체 460석 가운데 과반이 넘는 239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2위인 중도 좌파 성향 시민연대는 27.4%로 131석을 확보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좌파연합(SLD)이 12.4%로 46석, 폴란드국민당(PSL)은 9.1%로 30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투표율은 61.1%로 1981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법과정의당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 승리가 확정적인 것으로 나오자 “우리가 이겼지만 더 크게 이겼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집권하고 있는 법과정의당은 강경한 이민정책, 사법부 독립 훼손,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 옥죄기 등으로 안으로는 민주주의를 퇴행시킨다는 야당의 비판을 받아왔고 민주주의 원칙을 중시하는 유럽연합(EU) 집행부와도 갈등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번 선거에서 법과정의당은 병원·교육·환경·교통 부문 투자 확대 등 민생 정책는 한편 폴란드 재계와 문화계 엘리트들을 애국적 인물들로 교체해야 한다며 우파 민족주의를 자극했다. 로이터통신은 법과정의당이 이번 선거를 “전통적인 가톨릭의 가치에 뿌리박은 사회와 특권층에만 유리하고 가족의 가치를 훼손하는 (서구적) 중도 좌파 사회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로 몰아갔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법과정의당은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를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법과정의당은 성소수자 권리 옹호 주장을 외세와 영합해 폴란드의 민족적 정체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라고 본다.

폴란드 야권은 이번 총선 결과 법과정의당의 집권이 4년 더 연장되면서 1989년 민주화 이후 어렵게 쌓아올린 민주주의가 더욱 뒷걸음질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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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후보 게르게이 커러초니(왼쪽)가 13일(현지시간) 치런 부다페스트 시장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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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헝가리 지방선거에서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이끄는 우파 민족주의 성향 여당인 피데스가 야권에 부다페스트 시장 자리를 넘겨줬다. 이날 온라인매체 인덱스 등에 따르면 중도 좌파 성향 야권 후보 게르게이 커러초니(44)가 50%의 득표율로 이슈트반 터를로시 현 시장을 제치고 부다페스트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터를로시 시장은 오르반 총리의 측근으로 2010년 이후 부다페스트 시장직을 유지해왔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44%를 얻는 그쳐 재임에 실패할 전망이다. 투표율은 약 50%로 1990년 이후 지방선거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야권은 이번 선거에서 부다페스트를 제외한 다른 22개 주요 도시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야권은 9개 도시에서, 피데스는 13개 도시에서 앞서고 있다. 5년 전에는 피데스가 20개 도시에서 승리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야당이 정파를 초월해 야권연대를 결성한 것이 주요 승인으로 꼽힌다. 중도 보수, 중도 좌파, 녹색, 좌파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야당이 피데스의 독주를 막기 위해 뭉쳤다. 야권은 소셜미디어(SNS)와 풀뿌리 선거운동을 통해 미디어 영향력에서의 열세를 극복했다. 선거 직전 피데스 소속의 졸트 보르커이 죄르시 시장의 성추문이 터진 것도 피데스에 악재로 작용했다. 카탈린 체흐 헝가리 유럽의회 의원은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유럽판에 “헝가리인들이 피데스에 질린 것”이라면서 “반EU 세력에 맞선 야당의 힘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야권이 이번 선거에서 선전함에 따라 2022년 총선 준비 행보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했다.

피데스는 유럽의회 최대 정치그룹으로 EU를 주도해온 유럽국민당(EPP) 소속이다. 하지만 오르반 총리가 이른바 ‘비자유주의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강경한 반이민 정책과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정책을 펼쳐 번번이 EU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EU는 지난해 9월 EU통합노선에 반대하는 헝가를 제재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 3월에는 EPP 내에서 피데스를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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