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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노벨문학상 거센 후폭풍…한트케 수상 철회 요구 움직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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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한트케 수상에 분노 확산

"노벨상 수치" vs "정치상 아냐"

국내 관련 도서 판매량 급증

중앙일보

페터 한트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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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끝났지만, 그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다.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 페터 한트케(76)가 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두고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CNN방송·로이터통신 등은 11일(현지시간) 한트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일각에서는 수상자 철회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고 전했다.

친세르비아 성향의 가정에서 태어난 한트케는 '발칸의 도살자'로 불렸던 전 유고슬라비아 연방공화국 대통령 밀로셰비치를 옹호해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밀로셰비치는 1990년대 유고 내전 당시 세르비아 민족주의와 소패권주의를 내세워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코소보 등 발칸 곳곳에서 인종 학살을 자행했다. 밀로셰비치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한트케는 2006년 밀로셰비치가 숨지자 그의 장례식에서 조사를 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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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성추문의 불똥이 튄 스웨덴 한림원은 2018년 노벨문학상 선정 및 시상을 취소하고 올해 두 명의 수상자를 발표했다. [AP=연합뉴스]



표현의 자유 옹호단체인 미국 펜클럽(PEN America)은 성명을 통해 "수상자 발표에 놀라 말문이 막힐 지경"이라고 밝혔다. 또 "전 세계에 민족주의와 권위주의적 지도력, 광범위한 허위정보가 기승을 부리는 시점에, (그의 수상자 선정이) 문학계의 기대에 못 미친다"며 "노벨위원회의 문학상 선정에 깊이 유감"이라고 밝혔다.

생존자 단체 '스레브레니카의 엄마들' 대표인 무니라수바시치는 "위원회에 상의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며 "부끄러운 일이고, 이것이 어떤 메시지를 보낼지를 걱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1995년 보스니아 스레브레니카 학살의 생존자들 역시 "학살을 부인하는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11일 문학상 선정 취소를 요구했다.

내전 피해자 측인 코소보의 블로라치타쿠 미국주재 대사는 트위터에서 "훌륭한 작가들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노벨위원회는 하필 인종적 증오와 폭력의 옹호자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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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한림원(Swedish Academy) 연례 행사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 대해 스웨덴 한림원의 마츠말름 사무차장은 뉴욕타임스에 "선정위원회가 문학적·미학적 기준에 따라 선정했다"며, "한림원의 권한은 문학적 우수성을 정치적 배려와 비교해 헤아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림원 일원인 안데르스올손도 "이는 정치적인 상이 아니고 문학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한트케는 "스웨덴 한림원이 그 같은 결정을 한 것은 매우 용기 있는 것"이라며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오스트리아의 뉴스 통신사 APA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작품이 이제 빛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트케와 함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올가 토카르추크는 한트케에 대해 "개인적으로 매우 높이 평가하는 작가"라며 치켜세웠다.

한편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국내에서는 관련 도서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스24 집계에 따르면 노벨문학상 발표일인 10일 이후부터 13일까지 페터 한트케와 올가 토카르추크의 도서 판매량이 각각 828권, 607권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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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번역된 페터 한트케의 저서는 『관객모독』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돈 후안』 『반복』 『소망 없는 불행』 『시 없는 삶』 『어느 작가의 오후』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왼손잡이 여인』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등 총 10종이다. 올가 토카르추크의 저서는 『태고의 시간들』 『잃어버린 영혼』 『방랑자들』(21일 출간, 예약 판매 중) 등 3종이다.

두 작가들의 도서 판매량은 수상 전 1주일 간 각각 7권씩에 불과했지만,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나흘 동안 판매량만 828권, 607권을 기록하며 수상 직전 1주일 대비 각각 118배와 87배 증가했다. 판매량이 가장 높은 도서는 페터 한트케의 경우 『관객모독』, 올가 토카르추크는『태고의 시간들』이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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