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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카르푸차이나 인수한 쑤닝닷컴의 장진둥 회장의 스마트 리테일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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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장진둥 쑤닝닷컴 회장


[글로벌CEO열전-124] 지난달 말 카르푸 중국 법인 직원들은 회사를 진두지휘할 새 최고경영자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신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향후 300개 매장을 추가 오픈한다는 내용이었다. 대형 할인점 안에 편의점을 숍인숍 형태로 넣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복안도 포함됐다. 내부 서신을 보낸 사람은 카르푸를 인수한 쑤닝닷컴 창업자 장진둥 회장이다. 그는 지난 6월 말 카르푸 중국 법인 인수 계획을 공표했고, 지난달 말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기념해 카르푸 임직원에게 자신의 경영 방침과 비전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보낸 것이다. 장 회장은 2016년 6월 쑤닝이 이탈리아 프로축구 명문인 인터밀란을 인수했을 때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는데 이번 일로 다시 한 번 눈길을 끌었다. 쑤닝닷컴은 일단 카르푸 중국 법인 지분 80%를 인수했고 추후 나머지를 사들일 예정이다.

쑤닝닷컴은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와 티몰, 징둥닷컴에 이어 중국에서 3번째로 큰 온라인 쇼핑몰이다. 총 3억7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알리바바, 징둥닷컴과 다른 점은 가전양판점과 편의점, 유아용품 같은 다양한 형태의 오프라인 매장을 1만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온·오프라인 매장의 시너지를 올릴 수 있는 데다 금융과 물류 비롯한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쑤닝닷컴을 계열로 둔 쑤닝그룹을 일군 발판은 장 회장이 1999년 문을 연 가전양판점이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그는 국영기업에서 근무했다. 단조로운 직장 생활에 권태감을 느꼈던 그는 업무가 끝난 뒤 에어컨 설치 기사로 일했다. 창업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몇 년간 모은 돈으로 그는 에어컨 대리점을 열었다. 1980년대 후반이라 에어컨 수요가 없었지만 그의 눈은 미래를 보고 있었다. 중국 경제가 발전하고 있어 언젠가는 에어컨을 사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1990년 그는 사업을 확장했고 판매와 설치를 동시에 해결해 주는 차별화 서비스로 매출을 늘려 나갔다. 당시 성공에 대해 장 회장은 이렇게 회고했다. "내가 에어컨 판매를 시작했을 무렵 고객들은 200위안이 더 비쌌는데도 쑤닝 제품을 구입했다. 이유는 단 하나다. 서비스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는 에어컨 단일 품목에서 가전양판점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에어컨 판매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힘들다고 보고 다양한 가전을 팔기로 한 것이다. 중국판 '하이마트'인 쑤닝은 이렇게 탄생했다. 가전양판점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그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쑤닝은 한때 매달 한 점포씩 문을 열 만큼 성장 속도가 빨랐다. 장 회장은 가전양판점 사업을 시작한 지 6년 만인 2004년 쑤닝을 선전거래소에 상장시켰다. 기업공개를 통해 큰돈을 손에 쥔 그는 일본 가전업체 라옥스를 비롯해 관련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며 외형을 키웠다. 그러다 전자상거래에 필요한 물류와 금융으로 자연스럽게 사업 영역을 넓혔다.

그가 온라인 쇼핑에 눈을 돌린 것은 2008년 무렵이었다. 그는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질 것으로 보지 않았지만 성장성에서 온라인 진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미 오프라인에서 보유한 강점을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오프라인 매장에 나와 직접 상품을 보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쑤닝만의 장점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2017년 '스마트 리테일 전략'으로 진화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물류와 판매, 서비스, 구매 등을 효율적으로 묶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런 혁신적인 전략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고 쑤닝닷컴이 성공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

장 회장은 미국의 아마존과 함께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알리바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알리바바에 위협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나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을 '알리바바'라는 한 회사가 지배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 시장은 매우 넓고 깊고 엄청난 인구를 가지고 있다." 알리바바도 스마트한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쑤닝닷컴이 넘어서기는 힘든 존재다.

그러나 장 회장에게는 기업가로서 큰 덕목이 있다. 인내와 끈기가 남다르다는 점이다. 그의 좌우명은 "길게 보라"는 것이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다른 것도 그렇지만 비즈니스에서 모든 것은 때가 있다. 하나라도 더 팔려고 당장 싼값을 외치면 결국에는 돈을 벌 수 없다. 한 번에 대단한 일을 하려고 하지 말고 차근차근 이뤄 나가야 한다." 카르푸 인수를 통해 쑤닝이 대형 할인점 사업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오프라인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장 회장의 '혁신과 끈기'가 현재 심각한 적자 상태인 카르푸를 살리는 데 어떤 마법을 부릴지 지켜보자.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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