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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국감서 드러난 방만경영 공공기관-공기업 생산성(민간 대비) 30% 불과…광물자원公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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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방만경영.

매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되는 사안 중 하나다. 특히 부실이 쌓여가는데도 성과급을 지급하고 방만경영을 하는 공공기관은 올해도 단골로 지적됐다. 지난해 339개 주요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순이익은 1조1000억원으로 2016년(15조4000억원) 대비 93% 급감했다. 지난해 1000억원 이상 손해를 본 공공기관만 7곳 이상이다. 특히 1000억원 이상 부실 공공기관 7곳 기관장에게 경영평가 성과급으로 수천만원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한국석유공사가 대표적으로 지난해뿐 아니라 최근 5년간 연평균 1조8000억원대의 손해를 지속해서 기록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기관장에게 성과급을 지급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도 5년 연속 연평균 8000억원가량 손실이 발생했고 심지어 자본잠식 상태인데도 2년 연속 기관장 성과급 지급을 멈추지 않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8년 결산 기준 부채가 130조원, 부채비율이 283%에 달하는 대표적 부실 공기업으로 꼽히지만 4년 연속 기관장에게 성과급을 주면서 눈총을 받았다. LH는 여기에 더해 전국 4곳에 홍보관을 세우면서 총 120억2600만원을 들였지만 일평균 방문자가 13.8명에 불과한 점도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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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자원공사는 1인당 당기순손실이 13억원대, 생산성은 꼴찌임에도 직원 평균 연봉은 7000만원이 넘어 논란이 됐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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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생산성도 ‘꽝’

▷민간 18.55% 대비 3분의 1토막

생산성 지표를 토대로 공공기관 경영을 들여다보니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경이코노미는 유성엽 국회의원실(무소속) 협조를 받아 감사원의 ‘2018 회계연도 결산검사보고서’ 자료를 단독 입수, 23개 공공기관의 생산성 지표를 따져봤다.

300여개가 넘는 공공기관 중 왜 23개만 나왔을까. 이는 감사원 관련법 때문이다. 감사원은 ‘감사원법 제22조 제1항’에 따라 한국조폐공사 등 22개 공공기관과 ‘한국전력공사법’ ‘공공기관의 회계감사 및 결산감사에 관한 규칙’에 따라 한국전력공사 등 총 23개 공공기관의 결산과 경영에 대한 감사 결과 보고서를 매년 발표한다.

유성엽 의원실이 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주요 공공기관 23곳의 생산성은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증명하는 지표로는 총자본투자효율을 이용했는데 지난해 평균 5.8%를 기록, 2017년 6.7%에 비해 1%포인트가량 하락했다. 총자본투자효율은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용했는가를 알아보는 대표적인 생산성 지표 중 하나다. 부가가치액을 총자본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수치가 높을수록 생산성도 높다는 뜻이다.

23개 공공기관의 지난해 부가가치액이 전년도 48조4948억원보다 4조9145억원(10.1%) 감소한 반면, 총자본(평균)은 전년도 641조6172억원보다 18조4475억원(2.8%) 증가했다. 분자는 줄고 분모는 늘어났으니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반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총자본투자효율은 18.55%였다. 같은 기간 공공기관 6.7%의 약 3배에 육박한다. 그만큼 공공기관의 생산성·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익률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주요 공공기관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1.2%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장기업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 6.63%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2017년 4.1%에 비해서도 큰 폭(2.9%포인트)으로 떨어진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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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어디가 오르내렸나

▷주금공 600억원 돈 떼여도 나 몰라라

지난해 총자본투자효율 평균치 5.8% 대비 이보다 낮은 곳은 어디일까.

한국석유공사 5.5%, 한국도로공사 5.4%, LH 4%,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5.3%, 한국농어촌공사 5%, 부산항만공사 4.7%, 인천항만공사 4.1%, 한국주택금융공사 0.3% 등이 전체 평균을 깎아 먹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8.8%로 가장 효율이 낮았다.

2017년 코스피 상장사 기준(18%)을 밑도는 공공기관까지 영역을 넓히면 한국철도공사 16.3%, 한국수자원공사 9.1%, 여수광양항만공사 5.8%,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6%, 한국자산관리공사 6.3% 등 대부분이 해당된다.

특히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전년에도 -1.9%를 기록했는데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반면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7236만원에 달해 눈총을 맞았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실은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직원 1인당 평균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13억1700만원에 달해 직원 1인당 당기순이익이 가장 낮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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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에서 질의하는 유성엽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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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자 규모로 봐도 광물자원공사는 1조8350억원에 달한다. 유성엽 의원실 관계자는 “MB 정권 때 자원외교 후유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항변하지만 실제로는 조직 효율화나 자구 노력에 사실상 손을 놨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는다.

총자본투자효율 0.3%를 기록한 한국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도 관리 능력 부재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사례가 눈길을 끈다. 서민 지원 사업 중 하나인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의 운영 실태를 보면, 민간기업이었으면 아연실색할 부실을 보여줬다.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은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성 확보를 위해 주금공이 보증을 해준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금공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버팀목 대출이 나온 2015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주금공이 보증한 건수는 42만4665건, 보증금액은 19조373억원이다. 이 중 주금공의 버팀목 대출 대위변제 건수는 총 2061건, 대위변제 금액은 634억원에 달한다. 대위변제 금액이란 빌려간 전세대출금을 당사자가 못 갚아 주금공이 대신 갚은 돈을 뜻한다. 김정훈 의원은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의 대위변제가 매년 증가하고 있고, 그 회수율은 고작 6.3%에 불과하다는 것은 주금공의 보증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질타했다.

한편 주금공 관계자는 "총자본투자효율을 평가한 것은 유동화사업을 하는 공사 고유 계정의 사업이고, 버팀목대출을 취급하는 사업은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사업이므로 연관성 없음. 또한 기금의 보증사업은 담보가 부족한 서민층의 원활한 대출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대위변제 발생은 필연적이어서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반면 생산성이 눈에 띄게 개선된 곳도 있다. KOTRA는 전년도 148.1%보다 19.2%포인트 상승한 167.3%를 기록했다. 조직 운영 효율화, 해외 지사 재배치 등 자구 노력이 이번 생산성 향상에 큰 힘이 됐다는 것이 KOTRA 측 설명이다.

유성엽 의원은 “공공기관도 운영 실적 평가에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분명 있는데 자구책은 찾지 않고 정부 시책에 부응하려다 이렇게 됐다는 등 ‘나 몰라라’ 식으로 비용만 키우는 경영 방식에 제동을 걸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9호 (2019.10.16~2019.10.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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