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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CEO칼럼] 득보다 실이 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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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부가 지난 1일 '최근 부동산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 방안'을 통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과 관련한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시행령 개정 작업이 완료되는 이달 말부터 집값 불안 우려 지역을 동별로 선별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핀셋 시행하되 재개발ㆍ재건축의 경우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거나 신청하고 내년 4월 말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하면 제외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정비 사업은 6개월간의 시행 유예기간을 둬 일정 부분 사업 차질 예방과 주민 불편 해소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어도 이후 입주자모집공고를 하기까지 1년 이상 소요되는 이주ㆍ철거ㆍ착공 단계를 감안할 때 정책 효과에는 의문이 든다. 단지마다 상이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로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기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이달 말부터는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가 공식 도입된다. 9월 기준으로 31개 투기과열지구 전 지역이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의 정량 지정 조건을 모두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투기과열지구 해당 지역에서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하는 즉시 제도가 시행되는 것이다. 주거정책심의위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지정하지만, 위원 25명 중 13명이 정부 관계자로 구성돼 있는 만큼 실상은 국토부가 결정하는 지역을 지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써 정부는 주택시장에 대한 확실하고 편리한 통제 수단과 관리 방법을 갖추게 됐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지정이라는 칼을 칼집에 넣어둔 채 시장을 위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것이다. 반면 위협에 직면한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됐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될 경우 앞으로 투기과열지구, 특히 서울 지역에서의 주택 공급 위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지역 집값 상승이 수요가 몰리는 도심 내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에 기인한 것임을 감안할 때 주택의 노후화가 가속되는 상황에서 신규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 압력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전면 시행한 2007년 당시 시행 전후 공급 물량을 비교해보면 연평균 인허가 물량은 37만가구에서 28만가구로 약 24%, 연평균 분양 물량은 29만가구에서 24만가구로 약 17% 급감한 바 있다.


또 6개월간의 시행 유예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게 되는 재건축단지에서는 과열 경쟁에 따른 광풍이 몰아칠 것이며, 내년 4월 말 이후 신규 분양 물량이 자취를 감추게 되면 기존 똘똘한 한 채의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거래는 둔화되는데 가격은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하는 등 시장의 왜곡은 깊어질 것이다.


아울러 분양가상한제는 전반적인 주택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건설기술력 향상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 그리고 주택산업 침체를 야기함으로써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탁월한 점을 고려할 때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주택시장이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과거 경험으로 배웠듯이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통제 등 개입은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후유증이 큰 시장 왜곡을 가져왔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일시적인 집값 안정에 도움을 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시장경제 원리와 맞지도 않고 효과보다는 부작용이나 문제점이 더 우려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시행 자체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김종신 대한주택건설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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