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잡한 서울 지하철 2호선/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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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1차 총파업에 돌입할 것임을 예고했다. 노조는 서울시와 정부가 요구 사항을 받아 들이지 않을 경우 11월 중순 2차 총파업도 예고했다.
노사가 협상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인력 충원 등에 이견이 커 합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돼 출·퇴근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노조는 △임금피크제 폐지 △안전인력 확충 △4조 2교대 근무 형태 확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폐지? 정부 "큰 틀에서 논의 필요"=서울교통공사가 지난 2016년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자하철 노조 직원의 정년이 2년 남으면 월급의 10%를, 1년 남으면 20%를 각각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년 보장을 조건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정년보장형' 방식이다.
하지만 삭감한 돈으로 신규채용 직원 인건비 충당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회사 측이 임금피크제 대상이 아닌 일반 직원들 임금으로 부족분을 메우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노조는 임금 피크제 및 신규채용 직원 인건비 부담에 따라 지하철 직원 1만7000명이 2018년 32억 원, 2019년 42억 원, 2020년 67억 원의 월급을 내주게 됐다고 밝혔다. 급속한 고령화로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만 60세 근무를 전제로 한 임금피크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측도 문제점을 이해하고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어 개선 건의문을 정부에 전달했다. 실제로 임금피크제 폐지는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인력 충원은 서울시가 담당한다. 이에 노조도 서울시와 정부에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나 정부는 일단 파업은 노사 합의가 먼저라고 선을 긋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는 2016년부터 도입됐으며, 현재 정부에서 임금피크제 효과 전반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폐지 등과 관련해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임금피크제 폐지 문제는 지방 공기업 뿐만 아니라 전체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와 함께 협의해야 한다"며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력확충 연 5000억 넘는 경영적자가 발목=노조가 요구하는 안전인력 확충도 현재로선 쉽지 않다. 적자 누적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하철 역사에는 비상 상황을 대비해 4명이 근무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 지하철 1∼8호선 277개역 중 조별 근무 인원이 2명 뿐인 역사가 95개역으로 34.3%나 된다. 1명이 교육, 휴가 등으로 쉴 경우 단 한 명의 역무원만 근무하는 날이 빈번한 셈이다. 5~8호선의 경우 사실상 70%가 넘는 역이 1인 역사로 운영된다.
화재 등 비상 상황에 발생해도 대응에 속수무책인 셈이다. 노조 측은 "현재 인력 구조로는 비상 대응 매뉴얼조차 따를 수 없다"며 "시민 안전을 위해 현장 역무 인력을 조당 4명 이상으로 충원하고, 승무원의 휴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4조 2교대 근무 형태 확정'도 지난 10여 년동안이나 '시범실시'해온 것으로 이제는 확정할 시기가 됐다고 노조 측은 요구한다. 일반적으로 4조 2교대는 근무조를 4개 조로 편성해 2개 조는 주간과 야간으로 나눠 12시간씩 근무하고 나머지 2개 조는 휴무한다.
노조 요구대로 인력 확충을 하려면1000여명 정도를 추가 고용해야 한다. 서울시는 "안전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간에 많은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힌다.
◇정부 보전 또는 요금인상 필요하지만=서울교통공사의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지난 2016년 3850억 원이던 서울교통공사의 경영적자는 2017년5254억 원, 지난해 5389억 원으로 2년 연속 5000억 원을 상회했다. 2023년까지 노후 시설 개선을 위해 4조5082억 원을 투입해야 하지만 재원 충당도 현재로선 쉽지 않다.
서울시는 연간 5000억원을 상회하는 무임승차 비용이 적자의 원인이라며 정부에 보전을 꾸준히 요구한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지하철 운영은 기본적으로 지자체 소관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전체 승객의 15%에 달하는 무임승차로 승객 1명을 태울 때마다 510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적자를 보전하려면 최소한 500원 요금 인상이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공요금 인상은 정부나 서울시로서도 부담이다. 시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요금 인상에 나서더라도 200원 정도가 한계로 풀이된다. 나머지 300원 가량은 적자가 불가피하다. 근본적 해결은 되지 않는 셈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폐지나 안전인력 확충 등은 회사가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현재로선 노사가 제도 개선 및 인력 확충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선에서 합의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파업에까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며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대체인력을 투입해 차질 없이 지하철 운행을 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경환 기자 kenny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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