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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르포] OLED 소재 국산화 '첨병'…이녹스 아산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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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200개 고객사 확보…올해 매출 20% 성장한 3500억 넘을듯

지난 8일 오후 충남 아산시 아산테크노밸리. 축구장 14개보다 큰 10만2480㎡(3만1000평) 규모의 이녹스첨단소재(272290)사업장이 보였다. 공장 안에 들어서자 유리창 너머로 방진복을 입은 직원 2명이 약 55인치 크기의 얇은 투명 필름을 육안으로 살피는 동시에 검사용 모니터로 확인하고 있었다. 사람이 포장 전 마지막 검사단계에서 불량이 없는지 최종 확인한 다음, 로봇이 차곡차곡 트레이에 담았다.

봉지재로 불리는 투명 필름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뒷면에 부착해 수분 등의 침투를 막아주는 소재다. 박정진 이녹스(이녹스첨단소재의 지주회사) 대표는 "대형 OLED 소재(봉지재)는 일본 회사들도 못 만드는 제품"이라면서 "한국 최초를 넘어 세계 최초 소재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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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 아산테크노밸리에 있는 이녹스첨단소재 사업장 전경./이녹스첨단소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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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보다 싸고 좋은 제품 만든다"…반도체·회로기판·OLED 소재 진출

이녹스첨단소재는 1990년대 새한(옛 제일합섬)에서 전자정보용 소재 국산화를 주도했던 직원 8명이 설립한 회사다. 지난 2000년 새한이 워크아웃(기업 개선작업)에 들어가자 반도체 패키징 소재를 개발했던 인력들은 회사를 나와 국내 소재 시장에 뛰어들었다. 각자 집·차를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이녹스첨단소재가 탄생했다.

박 대표는 "사업 초창기에는 국내 대기업들이 매출이 없는 우리 회사 제품을 써주지 않았다"면서 "휴대폰에 들어가는 연성회로기판(FPCB)용 소재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다음, 반도체 패키징 소재로 사업을 확장했다"고 말했다.

이녹스첨단소재는 2007~2008년 국내 FPCB용 소재 시장을 놓고 일본 아리사와·신일본제철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당시 FPCB에는 할로겐이 들어가지 않는 친환경 소재가 채택되기 시작했는데, ‘일본보다 싸고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전략을 밀어부친 것이다. 오늘날 국내 FPCB 시장은 이녹스첨단소재를 비롯한 국산 제품이 일본 제품을 밀어내고 90% 이상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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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녹스첨단소재가 만드는 OLED TV용 소재./이녹스첨단소재 제공




이녹스첨단소재는 2014년 OLED 소재 시장에 뛰어들었다. FPCB용 소재와 반도체 패키징 소재에선 이미 성공했지만 당시만 해도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국산 IT 소재 개척자’로 불리는 이녹스는 모바일,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국내·외 200개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종합 IT 소재 회사로 변신중이다.

이녹스첨단소재는 올 상반기에 매출 1672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6.8% 성장했다.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와 OLED TV 판매 증가, 소재 국산화 바람을 타고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20% 이상 성장한 3500억원을 웃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소재기업이 살길은 ‘기술·투자’…전체 인력의 20%가 R&D

이녹스첨단소재가 일군 IT 소재 국산화의 비결은 ‘기술’과 ‘투자’로 요약된다. 박 대표는 "연간 15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쓰고 있다"면서 "소재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사람’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녹스첨단소재 국내 인력(620여명) 중 20%(120여명)가 R&D 인력인 것도 기술을 중요시하는 기업문화를 나타낸다.

올해 실적에서 효자 역할을 하고 있는 OLED 소재는 5년 전부터 사업에 도전,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 결과 소형(모바일) OLED 소재는 일본 제품을 대체하고 있으며, 대형(TV) OLED 소재는 100% 국산화를 이끌고 있다.

이녹스첨단소재는 자동차 전장·2차 전지 소재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공격적인 R&D 투자와 함께 신소재 개발에 주력, 폴더블, 전기차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소재 국산화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녹스첨단소재의 현장은 한⋅일 경제분쟁 이후 부각된 부품⋅소재 국산화를 위해 우리가 가야할 길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산=설성인 기자(seo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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