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9 (수)

[사설] "전기료 인상" "공대 설립" 한전 경영진은 '배임' 못 피할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의 태양광·풍력 발전 비용이 선진국 대비 20~50%가량 높기 때문에 탈원전 정책을 계속 이행하려면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한국전력이 인정했다. 태양광의 국내 생산 비용은 독일·영국 등보다 20%, 풍력은 50% 더 비싸다는 것이다. 한전은 정부의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전력 생산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며 "재생에너지 부과금 등을 신설해 에너지 전환 이행 비용을 회수해야 한다"고 했다. 값싼 원전을 버리는 탈원전 계획으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자 견디다 못한 한전이 정책 부작용의 부담을 국민과 기업에 떠넘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한전이 제시한 '재생에너지 부과금'은 독일에서 이미 시행 중인 제도다. 독일 정부는 전력 사용량에 매기는 요금과 별도로 부과금 항목을 신설해 여기서 걷은 돈으로 매년 30조원 넘는 태양광·풍력 보조금을 주고 있다.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극단을 오가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에 대응하느라 연간 10조원 송·배전 관리비도 이 부과금에서 충당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태양광을 만드느라 한 해 축구장 3000개 넘는 규모 숲이 베어지고 산이 깎여나갔다. 그렇게 만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들어간 정부 보조금이 작년에 이미 2조6000억원을 넘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독일처럼 매년 수십조원의 국민 세금을 보조금으로 지급해야 할 사태가 머지않았다. 그 보조금의 상당 부분은 이 정권 지지 세력에게 흘러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도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7000억원 들여 보수한 멀쩡한 원전을 폐쇄하고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시켰다. 제정신이 아니다.

한전은 현 정부 들어 온갖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정 실패극(劇)의 종합판이나 마찬가지다. 매년 수조원 흑자를 내던 초우량 기업이 탈원전 때문에 거액 적자로 돌아서고 부채는 123조원으로 불어났다. 탈원전이 멀쩡한 공기업의 뼈와 살을 발라내 버렸다. 한전은 전기요금 종이 고지서를 인편(人便)으로 송달하는 업무에 연 700억원을 쓰고 있다. 우편 송달이나 인터넷으로 고지하면 비용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송달원 10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바람에 업무를 자동화하지 못하고 고비용 인력을 계속 쓰고 있는 것이다. 정규직 고용을 유지하려 세금을 낭비하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영 악화 속에서도 한전 이사회는 1조6000억원짜리 한전공대 설립을 강행하고 있다. 전국 대학에 에너지 학과가 없는 곳이 없고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무더기로 문을 닫을 판인데 또 대학을 짓겠다고 한다. 정부는 처음엔 한전 재정으로 한전공대를 짓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국민·기업이 납부하는 전기요금에서 3.7%를 떼내 적립한 전력기금에서 쓰겠다고 한다. 정부가 보조금 빼먹는 태양광 업자처럼 국민 지갑 털어먹느라 안달이다. 선심은 정부가 쓰고 뒷감당은 국민이 하라는 것이다. 국민과 국가 경제는 물론 42만명 한전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 김종갑 사장과 이사진은 배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