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출신으로 그리스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는 제럴딘 하인스(63)씨는 아테네에서 32년간 세 들어 살던 집에서 2년 전 쫓겨났다. 중국인 투자자가 집을 사들이면서 나가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후 집을 사려고 알아봤지만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포기했다. 하인스씨는 BBC 인터뷰에서 "동네 집값이 2년 전에는 10만유로(약 1억3000만원) 정도였는데, 이제는 25만유로(약 3억3000만원) 밑으로는 매물이 없다"고 했다.
그리스는 황금 비자 문턱이 가장 낮은 나라다. 25만유로짜리 부동산에만 투자해도 5년 주거권을 보장받는다. 아테네 부동산중개인협회는 시내 부동산 거래의 3분의 1을 황금 비자 투자자들이 한다고 본다. 중국인, 러시아인, 터키인이 주류를 이룬다. 황금 비자로 가장 재미를 본 나라로는 포르투갈이 꼽힌다. 2012년 10월부터 50만유로(약 6억5000만원) 이상 부동산을 구입한 외국인에게 시민권을 주고 있는데, 이후 6년간 6562명이 이 제도를 이용했다.
스페인에는 베네수엘라 부자가 잔뜩 몰려들어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국가 부도 상태가 되자 같은 언어를 쓰는 스페인에 집중적으로 투자 이민을 가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되면서 불안감을 느낀 홍콩 부자들이 서둘러 영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올해 2분기 영국의 황금 비자 신청자 중 10%를 홍콩인이 차지했는데, 5%에 그쳤던 1분기의 2배로 높아졌다. 3분기에는 비율이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파리=손진석 특파원(au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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