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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유료방송 시장, 통신 3강 체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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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인터넷TV)와 케이블TV로 나뉘어 '1강 4중' 체제였던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통신사를 축으로 한 인수·합병(M&A)을 거쳐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주도하는 3강 체제로 재편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전원회의를 열고 LG유플러스와 CJ헬로(케이블TV 1위) 간 기업 결합을 심의·의결한다. 앞서 지난 1일에는 SK텔레콤의 티브로드(케이블TV 2위) M&A에 대한 '기업 결합 심사 보고서'도 발송했다. 공정위는 두 건 모두 조건부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TV 1, 2위가 모두 통신사 지붕 아래 합쳐지는 것이다.

두 건의 M&A가 마무리되면 유료방송 시장 판도는 완전히 바뀐다. 현재는 KT가 점유율 31.1%(KT스카이라이프 포함)로 압도적인 1위,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가 14.3%로 2위, CJ헬로가 12.6%로 3위, LG유플러스가 4위, 티브로드가 5위를 차지하는 구조였다. 1위 KT와 나머지 업체 간 격차가 워낙 컸다.

그러나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면 합산 점유율이 24.5%로 2위로 껑충 뛰어오른다. SK텔레콤이 티브로드를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면 점유율 23.9%로 3위가 된다. KT와 2, 3위 간 격차가 각각 6.6%포인트, 7.2%포인트로 확 좁혀지면 KT의 일방독주가 끝나는 것이다.

◇KT 독주에서 통신3사 3강 체제로 전환

유료방송 시장이 급속 재편되는 가장 큰 이유는 케이블TV 업체들이 더 이상 독자적인 생존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케이블 1위 CJ헬로의 경우 케이블TV 가입자 1인당 월 평균 수익(ARPU)이 2013년 9470원에서 올 2분기 7329원으로 23%나 줄었다. 지난 6년 새 넷플릭스·유튜브 등 콘텐츠 경쟁력을 앞세운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OTT)가 확산되면서 TV를 통한 지상파 방송 등의 콘텐츠 소비량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가입자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몸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파는 게 낫다는 게 케이블TV 업계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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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통신사로선 케이블TV 인수는 수지맞는 장사다. 수백만명의 가입자를 단번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티브로드 인수로 300만명,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로 4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다.

통신업체들은 이를 발판삼아 넷플릭스·유튜브 등과 경쟁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인기 콘텐츠를 자사 IPTV·케이블TV 가입자들에게만 독점 제공 형식으로 서비스하거나,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수백만명의 가입자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1인당 수익이 낮은 케이블TV 가입자들을 자사 IPTV로 전환해 수익성을 높이고,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분야에서도 7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경쟁사들이 몸집을 불리면서 유료방송 시장 판도가 요동치고 있지만 1위 KT는 정작 발이 묶인 처지다. 유료방송 시장 독과점을 막기 위해 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전체의 3분의 1(33.3%)을 넘지 못하도록 한 합산 규제의 여파다. 2015년 일몰제 형태로 도입됐던 이 제도는 작년 6월 종료됐다. 하지만 점유율 규제의 완전 폐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케이블TV 3위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 중인 KT는 자칫 규제 칼날을 맞을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선택권 제한 우려

케이블 업체에 비해 자본력이 좋은 통신 3사 체제로 유료 방송 시장이 재편되면 콘텐츠·서비스 투자가 늘어 소비자들이 질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지금보다 소비자들의 상품 선택권이 줄고 비용 부담이 늘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컨대 현재 SK텔레콤이나 KT 휴대폰을 사용하는 CJ헬로의 케이블TV 가입자는 이 회사가 LG유플러스에 인수된 이후 제공하는 월 유료방송 요금 할인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통신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유료방송과 통신 묶음 상품을 이용할 때만 할인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요금을 아끼기 위해선 통신사를 바꾸거나 유료방송 업체를 교체해야 한다는 얘기다. 통신·방송 묶음 상품과 개별 상품 사이의 요금 차이가 큰 탓이다.

군소 케이블TV 업체들은 경쟁력을 완전히 잃고 고사할 가능성도 높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경쟁력을 잃은 케이블TV 산업이 자연스럽게 위축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과점 체제 구축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할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동철 기자(charl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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