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 문이 열리며 ‘한국판 영화 터미널’로도 일컬어졌던 콩고 출신 앙골라인 루렌도 가족 6명이 공항에서 나왔다. 40대 부부와 6~9세 4명의 자녀들은 이날 한국에 도착한 지 287일 만에 임시 입국허가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말 콩고 출신을 박해하는 앙골라로 돌아갈 수 없다며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했지만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명백히 난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국을 불허하고, 난민심사를 받을 기회도 주지 않았다. 난민인정 심사를 받게 해달라는 소송에서 1심 패소 후 항소심에서 승소해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머물 수 있는 문을 가까스로 연 것이다.
9개월여간 공항생활이 영화처럼 들리지만 인천공항엔 루렌도 가족 같은 공항난민들이 적지 않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19년 1월 기준 인천공항에 머무르는 송환대기자는 사실상 구금시설인 송환대기실에 31명, 탑승동과 여객동에 43명(루렌도 가족 포함) 등 총 74명이다. 난민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안에 있는 외국인은 난민 인정 여부가 확정될 때까지 체류 자격이 있지만, 입국 전인 ‘출입국항’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7일 이내에 난민인정 심사 회부 여부를 결정한다.
화려한 조명과 여행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들떠 있는 공항 한쪽엔 최근까지 나와 비슷하게 살았을지 모를, 공항에 갇힌 이들이 함께 있다. “우리와 다른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난리로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일 뿐이다. 어떤 난민도 스스로 난민의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 일제강점기 한반도를 떠날 수밖에 없던 선조들 역시 난민이었다.”(정우성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중)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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