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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이낙연-아베, 대화 물꼬 틀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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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 즉위식에 총리가 참석하기로 확정

22~24일 방일…아베와 회담 전망

한-일 관계 경색뒤 첫 최고위 대화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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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 대표 자격으로 오는 22일 열리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일본의 기습적인 수출규제 뒤 한-일 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이어서, 이 총리의 일본행이 양국 간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무총리실은 13일 “이낙연 총리가 일왕 즉위식 참석을 위해 22일부터 24일까지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총리는 22일 즉위식 및 궁정 연회, 23일 아베 신조 총리 주최 연회에 참석하는 한편 일본 정계 및 재계 주요 인사 면담과 동포 대표 초청 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총리실은 전했다.

총리실은 이날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회담 여부에 대해선 발표하지 않았지만, 짧은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일정이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면담 성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가 아베 총리를 만나게 되면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1년여 만에 성사되는 한-일 최고위급 대화가 된다. 앞서 일본 <엔에이치케이>(NHK)도 이 총리가 즉위식 참석을 위해 방일할 경우 아베 총리가 단시간 회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즉위식 당일인 22일을 제외한 21일부터 25일 사이에 즉위식에 참석한 국외 요인 50여명을 만날 예정이다.

정부가 일왕 즉위식을 불과 9일 앞두고 이 총리의 참석을 확정한 것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조처를 막판까지 기다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부터 일왕 즉위식에 이 총리가 참석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한-일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일본을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몇 차례 교섭에도 양국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대통령이 방문해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일본이 수출규제를 시행령으로 만들어놓고 언제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협상을 잘해보자’는 정도로는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 완전한 원상회복을 하려면 사전에 긴밀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정부는 이 총리의 방일이 양국 관계 개선을 향한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양국의 주장이 좁혀지지 않으면 새달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이 종료되고,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강제동원 배상 관련 일본 기업 압류자산 매각(현금화)이 예상되는 등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시점에서 (총리의 방일) 결과가 어느 정도가 될지 말하기는 이르다. 총리의 일왕 즉위식 참석이 (양국 간) 대화의 수준이나 폭을 높이고 넓힐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양국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도 일본의 국가적 행사에 정부 최고위급 인사를 보내는 것 자체로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총리의 방문이 곧바로 가시적인 돌파구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일왕 즉위식은 양쪽이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 카드를 갖고서 만나는 공식 회담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 총리의 방일로 한-일 관계 개선에 긍정적 계기가 마련된다면 좋지만, 아직은 그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기자 시절 도쿄 특파원을 지내는 등 대표적인 ‘지일파’로, 양국 관계를 풀어낼 적임자로 꼽혀왔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가 의원 시절이던 2005년 방한했을 때 따로 만나 소주잔을 기울인 인연이 있고, 지난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계기로 면담을 하기도 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 기업 압류자산이 현금화되면 일본은 한국에 대한 보복성 수출규제 등을 확대해 양국 관계가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빠질 수 있다”며 “지난해 대법원 판결 이후 한-일 관계 태스크포스를 직접 이끌어 누구보다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이 총리가 아베 총리와 면담에서 문 대통령의 친서나 메시지를 전하는 ‘특사’ 역할을 맡아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완 박민희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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