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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日열도 할퀸 `괴물태풍`에 40여명 사망·실종…관함식 전격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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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3일 일본 중부 나가노현의 하천 제방이 태풍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무너져 나가노시가 흙탕물에 잠겨 있다. [EPA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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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강우량과 강풍을 동반한 태풍 하기비스로 일본 열도 곳곳에서 대규모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공영방송 NHK는 30명이 숨지고 15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했다. 부상자도 177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이날 긴급 각료회의를 열고 비상재난대책본부를 설치하는 등 태풍 피해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2일 저녁 도쿄 동남쪽 시즈오카현을 통해 상륙한 하기비스는 13일엔 열대성 저기압으로 세력이 약화됐다.

상륙 전부터 세력이 강한 태풍이라는 경고와 함께 대대적으로 준비했음에도 피해가 큰 것은 단시간에 기록적인 양의 비가 쏟아져서다. 여기에 태평양에서 세력을 키운 하기비스가 인구 밀집 지역인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에 상륙한 것도 피해를 키웠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13일까지 일본 전역에서 77개 하천이 범람했다고 밝혔다. 이 중 12곳에서 제방이 무너지면서 강물이 인근 주택가를 덮쳤다. 피해가 가장 광범위하게 나타난 나가노현 호야스지구의 시나노강에서는 12일 오후께 제방 70m가 무너지면서 주변 주택가와 논밭이 침수됐다. 13일 오후에나 제방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한 탓에 피해가 컸다. 해당 지역 복지시설 5곳에서 노약자 360여 명이 고립된 것을 비롯해 미처 피난하지 못한 주민이 다수여서 헬기 등을 동원한 구조가 13일 종일 이어졌다. 도쿄와 나가노 등을 잇는 호쿠리쿠신칸센 차고지도 침수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교량이 부담을 견디지 못해 끊어졌다.

도쿄의 대표적 주택가인 세타가야구에서도 12일 밤 다마강이 범람해 피난민을 수용하기 위한 피난소 7곳을 급히 마련했다. 광범위한 지역에서 침수가 발생하면서 일본 정부에서는 경찰, 소방관, 해상보안청 외에도 자위대 2만7000여 명을 피해 지역에 급파해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

온천 관광지로 유명한 가나가와현 하코네에서는 48시간 동안 1001㎜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시즈오카현 이즈시 760㎜, 사이타마현 지치부시 687㎜, 도쿄 히노하라무라 649㎜ 등 이틀간 600㎜ 이상 퍼부은 곳이 적지 않았다. 이틀간 연간 강수량의 30~40%에 해당하는 비가 내리면서 곳곳에서 관측 사상 최대 강수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후쿠시마현을 비롯한 도호쿠 지역은 물론 동해안에 접한 나가노현 등에서도 하루 강우량으로는 기록적인 400㎜ 이상이 내리면서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급증한 강우량으로 저수 용량이 한계에 달한 댐들의 방류도 피해를 키웠다. 불어난 강물로 하천이 범람하거나 제방이 무너진 곳이 많아 일본 전역에서 피난권고 대상자가 한때 1300만명을 넘어섰다. 일본 기상청은 12일 한때 도쿄를 비롯해 13개 광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폭우특별경보'를 발표했다. 폭우특별경보는 비 관련 경보 중 가장 높은 등급으로 13개 광역 지자체에 발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기비스는 상륙 전부터 희생자 1200명 이상이 발생한 1958년 태풍 아이다에 필적하는 세기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 때문에 12일 신칸센 대부분을 비롯해 전철·버스 등 도심 내 교통수단 운행이 중단된 데다 상점들이 임시 휴업하는 등 도심 기능이 마비됐다. 철도와 도심 교통편은 13일 오후경 순차적으로 정상 운행을 시작했으며 대부분 지역의 유통매장 등도 영업을 재개했다. 다만 항공편 등은 13일에도 결항이 이어졌다. 일본 최대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는 13일 결항의 영향을 받는 승객이 6만6000여 명이라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폐기물도 태풍 피해로 유실됐다. NHK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다무라시는 원전사고 후 오염 제거 작업으로 수거한 방사성 폐기물을 담은 자루가 임시 보관소 인근 하천인 후루미치가와로 전날 유실됐다고 13일 밝혔다. 다무라시 측은 하천 일대를 수색해 유실된 자루 중 10개를 회수했으나 모두 몇 개가 유실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임시 보관소에는 폐기물 자루가 2667개 있었다. 다무라시는 회수한 자루에서는 내용물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풍과 폭우의 영향으로 전날 한때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42만여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수도권에서만 20만여 가구가 정전되는 등 지난달 태풍 '파사이' 때의 배에 달했다. 후생노동성은 13일 현재 1만3000여 가구가 단수로 인한 피해를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이번 태풍의 영향으로 14일로 예정됐던 국제관함식을 중지한다고 13일 밝혔다. 해당 관함식은 양국 방위당국 간 갈등으로 일본 해상자위대가 우리 해군을 초청하지 않았던 행사다. 이번 관함식에는 중국 함정이 처음으로 참가할 예정이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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