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6 (일)

줄기세포 황반변성 치료제 내년초 임상 돌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줄기세포 연구자 샐리 템플 박사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TV 전원 공급장치 제조사인 유양디앤유가 바이오산업에 본격 진출하며 미국 신경줄기세포연구소(NSCI)와 설립한 합작법인 '룩사바이오'의 공식 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룩사바이오에서 그는 연구개발(R&D) 총괄대표로서 난치 질환인 건성 황반변성 치료제 개발을 이끈다.

전 세계 줄기세포 연구자 4000여 명이 소속된 세계줄기세포연구학회 회장직을 역임한 템플 대표는 30여 년 연구 경력의 신경줄기세포 권위자다. 세계 최초로 중추신경계에 있는 줄기세포를 발견하고 그 성격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과학 전문 학술지 '네이처' 등에 게재한 논문이 80편을 넘는다. 2007년부터는 줄기세포 비영리 연구기관인 NSCI를 세워 관련 연구를 활발히 해오고 있다.

지난주 템플 대표를 만나 황반변성 치료제 연구 현황과 계획, 전망 등을 물었다. 인터뷰에는 정형민 건국대 의과대 교수가 동석했다.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 분야 1세대 연구자인 정 교수는 현재 건국대 줄기세포센터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줄기세포 원천기술 확보 촉진 지원사업' 위원장,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배아전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건성 황반변성은 어떤 질환인가.

▷샐리 템플 대표=황반변성은 노화에 따라 황반 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시력의 감소 또는 상실을 초래하는 질환으로 건성, 습성이란 두 형태가 있다. 그중 건성 황반변성이 전체 환자의 90%다. 하지만 비타민 복용 등 대증요법만 있을 뿐 근본 치료제가 없어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가 높다. 특히 75세 이상 고령자는 5명 중 1명꼴로 황반변성을 앓아 질환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상당히 크다. 황반변성으로 시력을 상실하면 책을 읽지 못하는 등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삶에 큰 타격이 온다.

―황반변성 치료제 연구개발 현황은.

▷템플 대표=현재 임상시험 허가 신청에 필요한 전임상 연구가 완료됐다. 수개월 내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서를 제출해 이르면 내년 1분기 중으로 임상 1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NSCI가 지난 12년간 연구한 성체 망막색소상피(RPE)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치료제를 만들고 있다. 황반변성 때문에 망막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죽은 부위에 RPE 줄기세포 유래 치료제를 투여해 환자들의 세포 기능을 활성화하는 원리다. 미국 내 각막 기증으로 기증된 안구의 망막세포들을 채취하고 개발해 RPE 줄기세포를 확보한다. NSCI는 해당 줄기세포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제조 공정 기술을 개발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세포를 배양할 수 있다.

―예측하긴 이르지만 언제쯤 치료제 시판이 가능할지.

▷템플 대표=초기 임상은 3년 내외로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대한 이른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첨단재생의약치료제(RMAT)로 지정되면 그 기간은 앞당겨질 수 있다. 미국에는 한국의 첨단바이오법과 같은 역할을 하는 '21세기 첨단의료법'이 2016년부터 재생의료 분야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소수 환자라도 초기 임상 데이터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확보하면 RMAT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용해 황반변성 치료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도 있다. 룩사바이오 방식과의 차이점은.

▷템플 대표=룩사바이오는 성체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해 종양원성 위험이 낮다. 줄기세포에서 얻고자 하는 세포를 분화해 사용할 때 분화되지 않는 나머지 줄기세포에서 종양원성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지만, 룩사바이오가 개발한 줄기세포에서는 이런 일이 없다. 또한 완전 분화되지 않은 전구세포를 이용해 이식을 진행해 기존 조직에 대한 생착률이 훨씬 높고 오래 유지된다. 관련 동물실험 결과 성체 줄기세포 기반 전구세포가 역분화 줄기세포 유래 세포 대비 생착률이 더 우수하고 오래 지속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정형민 건국대 교수=황반변성 관련 RPE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은 2010년부터 미국 영국 이스라엘 한국 등 전 세계 각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룩사바이오를 제외한 나머지 그룹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 Cell) 혹은 배아줄기세포(ES Cell)로 연구한다. 이를 활용해 RPE 세포를 분화시키면 해당 세포들은 성인 황반변성 세포 특징이 아니라 미성숙 단계 특징을 갖는다.

실제 임상을 통해 치료제 가능성을 비교해 봐야겠지만 이론적으로는 조금 더 성숙된 황반세포를 활용하는 것이 치료 효과 측면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 임상경험 풍부한 병원과 협력해 리스크 줄여야

―줄기세포는 만병통치약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템플 대표=체계적이고 적절한 개발·승인·검증을 거친 줄기세포 치료제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NSCI는 특히 고령으로 제 기능을 하는 세포가 소멸해 발생하는 질환에 집중하고 있다. 뇌, 근골격계, 망막 등 관련 질환이다. 그 밖에도 간, 신장 등 세포 소실이 문제가 되는 질환에 줄기세포 치료가 적용될 수 있다.

▷정 교수=전 세계적으로 근골격계 질환, 퇴행성 관절염, 크론병, 루게릭병, 심근경색, 각막 질환, 근육위축증, 백혈병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치료제들이 개발 및 상용화돼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임상시험 정보 사이트인 '클리니컬트라이얼스' 자료를 보면 임상에 진입한 질환이 100개 이상이다.

―최근 신약을 개발하고도 임상시험에서 문제가 발생해 차질을 빚는 경우가 있다. 임상시험에 성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템플 대표=관련 연구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 특히 살아 있는 세포 치료제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선정해 함께 일하고 있다. 임상 1·2a상을 진행하기 위해 선정한 병원들도 구체적 경험이 풍부한 곳들이다. 또 제품의 품질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임상 단계에서 테스트했던 여러 세포 중 최상의 결과를 보여줬던 세포들이 임상에서 바로 사용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설정해 뒀다.

▷정 교수=룩사바이오와 협업하는 미시간대와 스탠퍼드대 센터의 경우 미국 5대 안과병원으로 손꼽힌다. 적합한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후속 연구자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템플 대표=항상 궁금증을 가져 보라고 권하고 싶다. 스스로 연구하기에 너무 거대한 주제가 아닐까 두려움을 갖기보다는 한번 시도해 보시라. 어려운 도전 과제는 하나의 모험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대부분 과학실험은 실패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실패에 굴하지 않는 오뚝이가 돼야 한다.

[서정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