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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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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터뷰]고교 e스포츠팀 워너비 “게임으로 달라진 우리..등교가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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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산업정보학교 리그오브레전드팀 인터뷰

프로선수 목표로 매진 중인 김서진·김단 군

“꿈 찾고 삶 바뀌니 부모님들도 대견해해"

이데일리

아현산업정보학교 리그오브레전드 팀 소속인 (왼쪽부터)김서진·김단 학생과 김형섭 지도교사가 인터뷰 이후 파이팅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노재웅 기자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저에게 학교는 ‘무조건 가기 싫은 곳’이라는 생각이 박혀 있었어요. 그런데 매일 지각하고 수업시간에 잠만 자던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수업으로 받게 되니 180도 달라졌고, 그때부터 등교가 즐거워졌어요.”

11일 오전 방문한 서울 마포구 아현산업정보학교. 책 넘기는 소리나 선생님의 강의 목소리 대신 낯선 컴퓨터 게임 소리가 2층에서 울려 퍼졌다. ‘리그오브레전드(LoL) 거점학교’라고 적힌 교실에는 20여명의 학생들이 가득 앉아 LoL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고, 이곳에서 만난 김서진(19) 군과 김단(19) 군은 눈을 반짝이며 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올해 고3을 맞이한 이들은 지난해까지 각각 청담고등학교와 대일고등학교를 다니다가 프로게이머, 즉 프로 e스포츠 선수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후 LoL 수업을 받기 위해 아현산업정보학교를 찾았다.

아현산업정보학교는 특정 직업을 목표로 하는 예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별도의 시험이나 면접을 통해 들어와 전문 산업 교육을 수료할 수 있는 공립위탁학교다. 이전까지는 박효신·휘성 등을 배출한 실용음악과가 유명했으나, 지난해 LoL 팀을 만든 이후로는 e스포츠학과 인기가 치솟는 중이다.

두 학생이 속한 LoL 팀을 지도하고 있는 김형섭 e스포츠학과 교사는 “지난해 공립학교 최초로 LoL 팀(팀명 워너비)을 설립하면서 2년째 지도교사를 맡고 있다”며 “교직 생활을 6년째 하고 있지만, 학교생활에 만족하면서 등교하는 학생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LoL 팀 학생들은 등교할 때부터 표정이 좋다. 덩달아 나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0명 정원을 뽑는데 작년에는 경쟁률이 3대1이었고, 올해는 5대1까지 치솟았다. 특히 추가모집에서는 6대1까지 경쟁률이 올라갔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5명씩 실력 순으로 1~5팀으로 나눠 LoL 연습을 한다. 이른바 1군으로 불리는 상위 2팀에 속한 학생들은 작은 대회장을 연상케 하는 독립 연습장에서 집중 훈련을 받을 수 있다.

학교 측은 자체 연습뿐 아니라 프로팀 샌드박스 게이밍의 유의준 감독 등 외부 전문인력을 불러 화·수·목·금 오후 2시간씩 전문교육을 하고 있다. 글로벌 e스포츠 구단 진출을 대비한 영어 교육과 프로선수에 필요한 인성 및 말하기 교육 등 게임 외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이러한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교육청으로부터 인정받아 국내 최초로 LoL 거점학교라는 명패도 수여받았다.

학생들이 프로게이머의 꿈을 찾고 생활도 규칙적으로 바뀌니 부모님의 응원과 지지도 커졌다. 김단 군은 “원래도 아버지가 저의 프로게이머 꿈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시는 편이었는데 이곳에서 더욱 게임에 몰두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 수업 태도와 집에서의 생활 패턴도 좋아 지니 매우 대견해하신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전국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최초로 열린 ‘LoL 고교 챌린지’에서 당당히 초대우승을 차지한 뒤로 주변의 시선이 확실히 달라졌다고 한다.

김서진 군은 “그전까지는 부모님이 프로게이머를 한다는 제 생각에 불안해하셨는데 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니까 엄청 자랑스러워하시고 기뻐해주셨다”며 “게임을 주제로 가족끼리 대화가 엄청 늘었고, 심지어 친척들과 할머니까지도 꿈을 응원하기 시작했다”고 뿌듯해했다.

두 학생을 비롯한 아현산업정보학교 LoL 팀의 다음 목표는 오는 12월 개막하는 챌린저스 코리아에 도전하는 일이다. 그리핀과 담원, 샌드박스 등이 자체 팀을 꾸려 챌린저스에서 시작해 현재 한국 1부 프로리그 LCK로 승격한 것처럼, 최초의 ‘고교팀 신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김서진 군은 “챌린저스 코리아 예선을 뚫고 리그에 합류하게 된다면 고등학교 팀으로서는 최초다.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단 군도 “프로가 된다는 생각을 하면 매번 설렌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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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산업정보학교 리그오브레전드 팀 소속인 (왼쪽부터)김서진·김단 학생이 게임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노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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