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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사설] 반쪽 출범 ‘정치협상회의’, 정계 어른의 풍모로 신뢰부터 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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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민주당 이해찬, 미래당 손학규, 정의당 심상정, 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사법개혁 법안과 선거제 개혁 법안 논의를 위해 열린 '정치협상회의'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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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가 참여하는 정치협상회의가 어제 첫 회의를 가졌으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빠진 ‘반쪽 회의’로 진행됐다. 문 의장과 여야 대표의 월례모임인 ‘초월회’가 지난주 정치 복원을 위한 최고위급 회의 개최에 합의할 땐 당초 제안자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불참해 뒷말을 낳더니 정작 출범 땐 황 대표가 빠졌다. 황 대표가 모임 취지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선약에 따른 일정 충돌을 이유로 불참한 만큼 이날 반쪽 회의에 실망할 것은 아니지만 회의에 임하는 여야의 동상이몽이 느껴져 아쉬움이 크다.

당장 황 대표 불참을 놓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쓴소리를 주고받는 것부터 거슬린다. 민주당은 “황대표가 사법개혁 법안, 선거법 개정안 등을 다룰 정치협상회의의 실익을 따져본 뒤 슬그머니 발을 빼는 것”이라고 비판하지만, 황 대표가 13일로 예정된 문 의장의 해외 순방 후인 20일께 첫 회의를 열자고 주장하며 어제 회의에 반대한 것은 맞는 것 같다. 문 의장 입장에선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시한이 촉박해 하루라도 빨리 정치협상회의를 가동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회의 테이블에 올라올 과제는 서두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솔직하고 끈기 있는 협상이 필요한 사안이다. 반쪽 회의를 밀어붙이며 감정싸움을 부채질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상견례에 그친 이날 회의에 앞서 이해찬 대표가 "4당 합의로 검찰개혁 법안 등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처리한 만큼, 4당이 합의하면 시기와 순서도 조정할 수 있다"며 한국당 배제를 압박한 것 역시 부적절한 태도다. 조국 사태에 휩쓸려간 정치 복원에 앞장서야 할 그가 한때 대표회동 무용론을 주장해 빈축을 샀으니 말이다.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등 이른바 ‘어른’들이 참여하는 최고위급 정치대화 채널이라면 구체적인 의제 논의에 앞서 신뢰와 존중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른들이 언행을 절제하며 역지사지의 ‘통 큰 정치’를 펼쳐야 까칠한 원내대표들 간 실무회담도 속도와 성과를 낼 수 있다.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않고 상대 눈의 티끌만 탓하는 속 좁은 정치로는 해결될 일이 전혀 없다. 정치협상회의가 이름값을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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