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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일본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 "혐한 부추기는 이들, 징용 판결문부터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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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본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 연합뉴스


“우선 한국 대법원의 징용 판결문부터 읽어보라.”

일본 유명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郞·44)가 11일 혐한(嫌韓)을 부추기는 일본 잡지나 TV 와이드쇼를 비판하면서 한 말이다.

히라노는 이날자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한국 문제만 나오면 미디어는 무책임하게 반감을 부채질하고 혐오감이나 적의를 배출한다”면서 “한국 대법원의 징용 판결문도 읽지 않은 듯한 (방송) 출연자에게 코멘트를 하도록 하면 안된다”고 했다.

히라노는 “모두가 우선 판결문을 읽어야 한다”면서 “노동자를 소중히 대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있다면 판결문을 읽고 충격을 받지 않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판결문을 언급하며 “기술을 배울 것으로 기대하고 모집에 응했더니 위험도가 높은 노동 환경에 처하고, 임금을 받지 못하고, 달아나고 싶다고 말했다가 맞았다고 한다. 비참하다”고 했다.

1999년 소설 <일식>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히라노는 작품 20여편이 한국어로 번역되는 등 한국에도 많은 팬을 갖고 있다. 한·중·일 작가들이 교류하는 동아시아포럼의 일본 측 대표도 맡고 있다. 그는 “갑자기 국익의 대변자가 된 것처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먼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들(징용 피해자)의 처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인이나 일본인, 남자나 여자라는 카테고리를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을 수는 없다. 징용공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보지 않고 한 사람의 개인으로 주목하면 여러가지 방법으로 공감을 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 문학이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데 대해서 히라노는 “나와 가까운 세대인 김연수나 은희경 같은 이들의 현대소설은 일본 독자가 등신대(있는 그대로의 모습)로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평했다. 한국 소설들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면서 그들과 많은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서 “한국인은 민족적으로 이렇다, 하는 식의 조잡한 이야기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히라노는 “속성(屬性)에 의해 사람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을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립을 부추기는 사람은 ‘저 사람은 한국인이다’, ‘이슬람교도다’라고 범주화한다. 복잡함을 서로 인정하고, 어딘가의 접점에서부터 관계를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며 “카테고리 없이 상대의 인생을 보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몇 개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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