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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시위도 기름띠도 "너 때문"···중남미 밉상된 베네수엘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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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에서 연일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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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남미 국가 에콰도르에선 반정부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시작은 버스와 택시업계의 파업이었다. 정부가 긴축 정책을 펼치겠다며 유류 보조금을 폐지해 기름값이 두 배 이상 오른 탓이었다.

레닌 모레노 대통령이 이들을 달래는 대신 강압적으로 진압하자, 이번엔 원주민들이 나섰다. 좌파 성향으로, 에콰도르 인구의 25%(약 1700만 명)를 차지하는 이들은 우파 모레노 정부의 경제 정책에 항의하며 시위대를 조직했다.

그러자 모레노 대통령이 화살을 엉뚱한 곳으로 돌렸다.

“원주민들이 특정 세력의 조종을 받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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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북동부 해안에 광범위하게 퍼진 기름 찌꺼기. 브라질 정부는 이 기름띠를 전부 제거하는 데 10~20년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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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대국 브라질은 요즘 바다에 퍼진 기름 찌꺼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북동부 해안, 무려 60여 개 도시에서 발견된 기름 찌꺼기는 지금까지 수거된 것만 100t 분량. 환경ㆍ경제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끼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자 별안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인접한 특정 국가에 분노를 표했다.

“이 기름 찌꺼기는 브라질산 원유와는 관계없으며 다른 나라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범죄 행위”라고 말한 것이다.



동네북 된 베네수엘라, 고통은 국민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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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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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두 나라의 대통령이 '골칫거리' 국가로 지목한 나라는 베네수엘라다.

특히 '특정국가가 원주민들을 선동해 시위에 나서게 했다'는 에콰도르 대통령의 주장에는 페루ㆍ아르헨티나ㆍ콜롬비아ㆍ파라과이 등 7개국이 동조하며 베네수엘라를 비난하는 성명까지 냈다. 동네북도 이런 동네북이 없다.

베네수엘라가 주변 국가들과 반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때문이다. 이 나라의 호황기를 이끈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를 자처하고 있는 그는 '반미 좌파'를 내세우며 중남미 좌파 국가들을 결집하려 한다.

중남미에선 역사ㆍ경제적 이유와 지리적 특성 탓에, 몇몇 국가에서 시작된 정치 운동이 금세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각 지도자가 이웃 국가에 어떤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는지 늘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좌파 바람이 휩쓰는가 하면, 우파 바람이 대륙 대부분을 장악하기도 한다. 중남미의 우파 국가들에게 마두로가 눈엣가시인 이유다.

이번에 에콰도르 지지 성명을 낸 곳 대부분이 남미 우파 국가들의 연합체 ‘프로수르(PROSUR)’ 회원국이다. 마두로가 말로만 '좌파'를 외칠 뿐 실제 행동은 독재자와 다름없다는 지적 또한 그가 따가운 눈총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베네수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브라질의 경우 다른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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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베네수엘라 [구글 지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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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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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에서 난민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갈 곳 없고 배고픈 이들이 모이다 보니 국경 지역에선 폭력이 들끓고 살인 사건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사소한 일에도 “베네수엘라 탓”을 들먹이는 이유다. 가디언은 “보우소나루는 오랫동안 마두로를 비난해왔으며 베네수엘라 내 우파 지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고립무원인 상황에서 고통받는 건 베네수엘라 국민이다.

2015년 유가 하락으로 시작된 극심한 경제 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이웃 국가로 떠나는 베네수엘라인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더는 난민을 받지 않겠다는 국가가 느는 추세다.

미주기구(OAS·캐나다를 제외한 아메리카 대륙의 거의 모든 국가들이 포함돼 있는 기구)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현재 고향을 등진 베네수엘라인은 461만여 명에 달한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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