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태도가 협상 판을 깨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더 큰 걸 얻어내려는 협상전술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벼랑 끝 협박을 통해 몸값을 높이려는 것은 북한의 상투적 수법이다. 북한은 이번에 미국에 대북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는 실제적 조치’를 먼저 취하라고 요구했다. 이미 지난달 ‘제도(체제) 안전’을 요구하며 운을 띄운 북한이 미국의 ‘선(先)비핵화’ 요구에 맞서 체제안전 보장을 선결 요건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번 실무협상 결렬은 2·28 하노이 결렬의 북한식 되갚기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북한이 폐기해야 할 목록을 들이밀며 판을 흔들었듯이 북한도 이번에 미국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유연한 자세를 충분히 떠보고 나서는 요구 수준을 대폭 높여 마치 빚 독촉하듯 선금부터 받겠다는 식으로 판을 흔든 셈이다. 이를 통해 북한이 노리는 것은 분명하다. 실무협상은 건너뛰고 정상 간 담판 이벤트로 직행하자는 것이다.
북한은 당분간 추가 실무협상을 거부하며 강성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다시 협상에 나오더라도 정상 간 직거래만 재촉할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트럼프 대통령도 책임이 있다.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도발을 용인하면서 기를 살려줬고, 실무협상 이후 정상회담 개최를 기정사실화하는 과거의 실책을 되풀이했다. 이제라도 미국은 실무협상에서 합의문이 완성되지 않으면 정상회담은 있을 수 없다는 점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실무협상은 늘 ‘노딜’로 끝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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