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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통신One]"실패했으나 잊지않는다"…2차대전 최악의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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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명 잃고 빈손 퇴각 '마켓가든작전' 75주년 기념행사

[편집자주]정통 민영 뉴스통신사 뉴스1이 세계 구석구석의 모습을 현장감 넘치게 전달하기 위해 해외통신원 코너를 새롭게 기획했습니다. [통신One]은 기존 뉴스1 국제부의 정통한 해외뉴스 분석에 더해 미국과 유럽 등 각국에 포진한 해외 통신원의 '살맛'나는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 현지 매체에서 다룬 좋은 기사 소개, 현지 한인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슈 등을 다양한 형식의 글로 소개합니다.

뉴스1

마켓 가든 작전 75주년 기념행사 © 차현정 통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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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트호번=뉴스1) 차현정 통신원 = 네덜란드 남부 베겔에 사는 영국 출신 주부 케이트는 매년 9월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군부대를 방문한다. 제2차 세계대전 말의 참혹한 전투를 되살리는 기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은 이제 제법 익숙한 듯 영국 국기와 네덜란드 국기를 챙겨 따라 나선다. 올해는 특별히 영국에서 온 참전 용사를 만날 수 있다는 소식에 케이트와 아이들은 여느때보다 들떠서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몇몇 도시들에서는 마켓 가든 작전 75주년을 맞이하여 9월 중순부터 일주일간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의 취지는 그 당시 무고하게 희생되었던 네덜란드인들과 영국, 미국, 폴란드 등지에서 모여 전투에 참여했던 연합군에게 감사를 전하는 것이다.

마켓 가든 작전은 지난 1944년 9월17일에서 25일간 펼쳐진 군사작전. 네덜란드에 가장 많은 연합군 공수부대가 투입되었다. 작전 목표는 최대한 희생자 없이 독일 중심부를 뚫겠다는 것이었다.

연합군은 독일 본토로 바로 진격하기 위해 네덜란드에서 독일로 통하는 여러 다리를 확보하려고 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미국 공수사단을 배치시켰다. 하지만 다리 하나를 점령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모든 전력을 쏟아부어 죽기살기로 싸우는 독일군을 돌파하는 데는 실패하고 만다.

영국군이 네덜란드 네이메헌 지역에 도착했지만 이미 중요한 다리는 모두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뒤였다. 계속되는 독일군의 반격으로 연합군은 1944년 9월25일 퇴각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1만8000명의 젊은 병사들이 죽고, 네덜란드 민간인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 실패한 작전이었다.

하지만 실패한 것이라 해서 잊는다는 것은 네덜란드인들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네덜란드인들은 2019년 9월14일 이른 새벽 벨기에의 레오폴드버그 마을에서부터 600대의 군용 차량을 몰고 마켓 가든의 가장 참혹한 전투지였던 베겔을 향해 며칠에 걸쳐 퍼레이드를 벌였다. 퍼레이드 동안 주민들을 직접 군용 차에 태워 주기도 했고 지나는 길마다 전쟁 당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전쟁 물품도 전시했다.

네덜란드 남부 지역 다른 도시들도 다양하게 기념행사를 준비했다. 에인트호번에서는 도심 도로를 4시간 가량 폐쇄하고 마켓 가든을 연상하게 하는 연합군 탱크 퍼레이드를 펼쳤고, 네이메헌에서는 전쟁 당시의 군사지역을 그대로 재현, 그 시절의 참혹함을 느껴 볼 수 있게 했다. 특히 전쟁을 직접 겪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당시 어린이였던 본인들이 독일군을 직접 목격했던 장면을 생생하게 설명하며 관람객들을 전시장 곳곳으로 안내했다.

가장 주목받은 행사는 75년 전 작전에 참여했던 연합군 공수부대 참전 용사들이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방문하여 많은 시민들로부터 축복과 감사 인사를 받은 것이다. 그중 특전사 출신 참전용사는 아흔살의 나이에도 녹슬지 않은 낙하산 강하 시범을 보여 관람객들의 갈채를 받았다.

마켓가든 작전은 영화 '머나먼 다리'와 드라마 '밴드 오브 브러더스'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유명 여배우 오드리 헵번도 마켓가든 작전의 실패 이후 불어 닥친 네덜란드 대기근의 피해자였다고 한다.

전 세계인들에게 참혹하게 실패한 작전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네덜란드인들은 이날을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행사 곳곳에는 앳되어 보이는 청소년들이 관람객들에게 네덜란드 국기를 나누어 주고있었다. 네덜란드의 많은 중고등 학생들은 매년 5월이면 학교에서 단체로 참전 용사들이 잠든 공동묘지에 네덜란드 국기를 상징하는 빨간색, 흰색, 파란색 꽃을 바치고, 전쟁 관련 행사가 있으면 친구들과 함께 전쟁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다양한 자원 봉사에도 참여한다.

75주년 독립 기념행사에서 만난 대부분의 네덜란드인들은 전쟁을 일으키고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독일에 대해 더 이상 악감정이 남아있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지속적인 사과와 아직까지도 전범을 찾아 처벌하는 실행력 때문이라고 했다. 1944년 마켓 가든 작전은 비록 실패했지만 75년이 지난 2019년 독립기념 행사는 서로를 용서하고 보듬는 승리의 날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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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가든 작전 75주년 기념행사 © 차현정 통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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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가든 작전 75주년 기념행사 © 차현정 통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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