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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한국을 더 부정적으로 다루는 아베의 ‘독도 도발’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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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입을 굳게 다문 채 총리관저에 도착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의 대(對)한국 정책이 강경해지고 있다. 우리 군의 독도 일대 활동에 항의를 하는가 하면 “독도는 일본의 고유의 영토”라는 억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1일 국군의 날을 맞아 한국 공군 F-15K 전투기 4대가 독도 인근 상공을 포함해 동해와 서해, 남해 상공을 비행한 것을 두고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했다. 일본 정부의 이같은 행동은 15년째 방위백서와 외교청서 등을 통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의 연장선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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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사에서 F-15K가 임무 수행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일본은 우리측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저공위협비행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입장을 강조하면서 책임을 한국에 떠넘기고 있다. 이웃 국가이자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공동대응하는 파트너인 한국을 사실상 적국으로 다루는 모양새다.

◆한국을 한반도 연안에 묶어두려는 일본

지난달 발간된 일본 방위백서는 지난 7월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가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하고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가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침범하자 한국 공군 전투기가 경고 사격한 사건을 언급했다. 백서는 “우리나라(일본)는 영공침범을 행한 러시아 정부 및 러시아기에 대해 경고 사격을 한 한국 정부에 ‘외교 루트’를 통해 항의했다”며 러시아 군용기가 영공을 침범해 한국이 주권 수호 차원에서 대응한 조치를 문제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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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항공자위대 F-15J 전투기가 훈련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백서는 또 “영공 침범 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항공자위대뿐”이라며 자위대법 제84조에 근거해 우선적으로 항공자위대가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위대법 84조는 외국 항공기가 일본 영공에 침입하면 방위상은 해당 항공기를 강제착륙시키거나 쫓아내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지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한국이 독도를 실효적 지배하고 있어 행동에 옮기지는 못하지만 외국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해 한국군이 대응하면 자위대를 출동시켜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로 유사시를 대비한 ‘명분쌓기’라는 해석이다.

백서는 지난해 12월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저공위협비행에 대해서는 한국 해군 함정이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를 쏘았다는 일본의 일방적인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기술했다.

일본의 이같은 주장은 한국군의 활동 반경을 한반도 인근으로 제한하려는 ‘토끼몰이’ 전략으로 해석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해군과 공군의 활동 영역은 연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해군은 북한 간첩선과 반잠수정 침투를 저지하는데 중점을 뒀다. 공군은 해군을 지원하면서 휴전선에 접근하는 북한 공군 전투기에 대응하고, 전면전 발발 시 지상군을 지원하는 임무에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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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이지스함 세종대왕함이 8월 25일 실시된 동해 영토수호훈련 과정에서 독도 앞바다를 지나고 있다. 해군 제공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주변국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군과 공군을 증강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이 높아지면서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과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독도급 대형수송함과 F-15K 전투기, E-737 조기경보통제기 등 첨단 무기들이 대거 도입됐다. 이에 따라 한국 해군과 공군의 활동 영역도 확장됐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 해군, 공군의 활동 증가로 일본의 위기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군이 남해와 동해상에서의 활동을 늘리면 일본이 받는 압박감은 더욱 강해진다. 한국 해군과 공군을 한반도 연안에 묶어둘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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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대원들이 8월 25일 실시된 동해 영토수호훈련 과정에서 독도에 상륙, 사주경계를 하고 있다. 해군 제공


지난해 말 일본 초계기 저공위협비행이 처음 발생한 곳도 한일 양국 중간수역인 동해 대화퇴 어장이었다. 일본이 지난 1월 18일, 22일, 23일에 우리 해군 함정에 저공으로 접근한 곳은 울산 동남방과 제주 동남방, 이어도 서남방 해역이었다.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밖이거나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과 겹치는 곳이다. 한반도 외곽 지역을 포위해 한국 해군과 공군을 한반도 연안으로 몰아붙이는 모양새다. 아베 정권이 독도 영유권을 거듭 주장하며 한국군의 활동에 ‘딴지’를 거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열세 극복할 돌파구 마련 시급

일본의 공세가 현실화되면 한국군으로서는 이를 저지하기가 쉽지 않다. ‘물량’의 차이가 현격하기 때문이다.

공군본부 박기태 전략기획차장(대령)이 5월 22일 ‘4차 산업혁명과 항공우주력 건설’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60대인 첨단 전투기가 2030년 120대로 늘어나지만 같은 기간 중국은 112대에서 427대로 한국보다 3.5배 많고, 일본은 201대에서 232대로 한국군의 2배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 F-15K와 F-35A 스텔스 전투기, 중국은 J-20 스텔스 전투기와 J-11 계열 전투기, 일본은 F-35A와 국산 F-3 등이 첨단 전투기로 분류된다. 하지만 일본은 200여대를 운용중인 F-15 중 절반 정도를 미 공군이 도입할 F-15EX와 유사한 수준으로 개량해 사용할 계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일 간 공군력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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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기리사메(왼쪽)와 아사기리가 훈련을 위해 기동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해군력 격차도 심각하다. 해상자위대는 헬기항모 4척, 강습상륙함 3척, 이지스함 6척 등을 포함해 50여척의 대형 함정을 보유하고 있다. 이즈모급 헬기항모 2척은 F-35B를 운용하는 경항공모함으로 바뀐다. 지난해 7월 진수된 이지스함 마야함은 미 해군 줌월트급 구축함을 제외하면 전 세계의 신형 구축함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다. 최신 이지스 전투체계와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SM-6 함대공미사일과 SM-3 블록ⅡA 탄도탄 요격미사일을 장착한다.

한국은 차기 이지스함 3척과 호위함 20척, 3000t급 잠수함 9척을 건조할 예정이다. 하지만 해상 분쟁에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은 차기 이지스함 정도다.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경항공모함, 합동화력함 등은 2030년대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해군은 창설 100주년이 되는 2045년에 맞춰 ‘해군 비전 2045’를 제시하고 있으나 공감대 형성조차 쉽지 않다.

이같은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방식의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력 격차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군비 경쟁 체제로 돌입하면 한국은 패배를 자초한다. 하지만 일본의 물량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전력 증강이 이뤄져야 한다. 모순적인 부분이지만,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 해군 함정과 전투기들은 일본의 포위망에 갇혀 한반도 인근을 벗어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장거리 타격 능력 강화와 육해공군 통합작전전략 수립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먼저 발견해서, 먼저 쏘는’ 방식을 적용해야 열세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이라는 평가다. 극초음속 미사일과 유럽제 미티어 등 초음속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대함 탄도미사일 등을 확보해 전투기의 화력을 강화하는 한편 해군 함정들의 작전을 공군 전투기가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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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국군의 날 행사 중 F-35A 스텔스 전투기를 사열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6세대 전투기 개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뛰어들었고, 일본도 F-2 전투기를 대체할 국산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추진중이다.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6세대 전투기 연구개발이 쉽지 않지만, 영국의 템페스트 프로젝트처럼 유럽의 6세대 전투기 개발에 일부 참여하는 방식으로 첨단 기술과 개념을 일찍부터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인들과 이야기를 할 때, “한반도 바다와 하늘을 철통같이 지킨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이같은 발언은 맞지 않다. 바다와 하늘은 ‘지배’의 대상일 뿐, ‘수호’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재해권과 제공권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이유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지속하며 동해의 바다와 하늘을 넘보는 등 한국을 부정적으로 대하는 기조가 강화되는 현실이다.

이를 저지하려면 한반도 일대 바다와 하늘을 한국이 지배한다는 원칙을 역내 국가에 확고히 심어줘야 한다. 막강한 군사력을 갖춘 일본을 상대로 이같은 원칙을 관철하려면 치밀한 전략과 전력증강계획이 필요하다. 북한만 바라보던 한국군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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