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책보고는 올해 3월 서울시가 헌책의 가치를 되살려 고사 직전인 헌책방들을 지원하는 한편,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비롯해 각종 전시와 특강, 독서교육 등을 체험할 수 있게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이전까지 유통업체 창고로 쓰였던 1500㎡(443평)에 육박하는 넓은 공간 중 대부분을 헌책 약 15만권이 채우고 있다. 서울시의 공공 헌책방 실험에 참여한 곳곳의 헌책방에서 가져온 책들이다. 서울책보고는 헌책방들이 내놓은 책을 대신 판매해 책값의 10%를 운영비 등으로 떼고 나머지 판매액을 헌책방에 돌려준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공공 헌책방 서울책보고에서 시민들이 도서를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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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29곳 참여해 15만권 진열
서울책보고는 개관하면서 참여하는 헌책방들의 책 약 12만권을 모아 시작했다. 현재까지 팔린 책도 12만권가량이다. 지난 8월 말까지 집계된 매출액으로는 약 4억8000만원, 매달 1억원어치가량의 헌책들이 이곳에서 팔려나간 셈이다. 서울책보고 관계자는 “서가에 꽂혀 있는 헌책들이 많을 때는 17만권 정도까지 늘기도 했는데, 처음 예상보다 이곳이 점점 더 인기를 끌면서 더 많은 헌책방들이 참여하겠다고 문의하고 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얼마나 더 많은 헌책들을 수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헌책방에서 직접 책을 찾으며 기대하지 않았던 양서를 찾아내던 과거의 추억과 묘미를 살리기 위해 책 위치를 구체적으로 검색할 수 없게 해놓은 방식에는 시민들의 평가가 엇갈렸다. 검색하면 찾으려 하는 책이 있는지는 알 수 있지만 각각의 헌책방 별로 구분된 서가의 위치까지만 알려줄 뿐 구체적인 진열 위치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해 택배로 받아볼 수 없고 시민들이 소장하고 있는 책을 매입하지 않는 점 역시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서울책보고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헌책방도 직접 찾아달라는 취지에서 유지하고 있는 방침이다.
고서 수집을 취미로 하고 있다는 김현방씨(71)는 “꼭 찾고 싶은 책이 있을 때는 어차피 청계천 헌책방 골목까지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러 서점의 책을 한 곳에 모아두고 구경하면서 둘러볼 수 있게 해놓은 이런 방식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반면 자영업자 신모씨(48)는 “대충 분야별로 정리돼 있어서 책 찾기가 엄청 어렵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대형서점처럼 좀 더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게 손님 입장에선 훨씬 편리하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도 벤치마킹해 도입 검토
찾는 발길이 줄면서 손때 묻은 헌책을 만나기 힘들어진 헌책방의 위기는 서울 신촌에 있는 공씨책방 역시 고스란히 겪었다. 공씨책방은 1960년대 노점에서 시작해 서울 경희대 앞과 광화문 부근을 지나 지금의 신촌에 자리잡기까지 헌책방의 역사를 몸소 겪은 곳이다. 형부 공진석씨가 운영하던 곳을 이어받아 신촌으로 옮긴 뒤 임대료 때문에 또 한 번 지상에서 지하 책방으로 옮겨간 바 있는 최성장 대표는 “꾸준히 찾아주던 손님들도 어느덧 발길이 끊기는 게 무엇보다 안타깝다”며 “지하로 옮긴 뒤로 기업형 중고서점은 늘고 책을 찾는 손님들은 줄어 사정이 더 어려워졌는데 그래도 서울책보고 시작 이후로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책이 팔리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자금융통 사정이 심각할 때는 모아왔던 책을 기업형 중고서점에 팔아서 유지해 왔을 정도로 헌책방 대부분의 사정이 극히 열악했기 때문에 서울책보고 사업을 진행하는 서울시도 이들 헌책방과 서울책보고를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 다시 이목을 끌게 하려는 데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추억의 만화·잡지·교과서 등 헌책 기획전시나 북 콘서트, 헌책 경매, 2000여권에 달하는 독립출판물 전시·판매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여는 한편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 등의 배경으로 홍보하는 것도 이러한 취지다.
서울책보고 관계자는 “서울책보고가 예상보다 훨씬 인기를 끌면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참고 삼아 방문해 정책을 검토하는 경우도 늘었다”면서 “이곳을 찾는 인기가 꾸준히 이어져 역사가 있는 헌책방과 문화콘텐츠로서의 헌책을 살리는 쪽으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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