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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류석춘이 말하는 ‘학문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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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배계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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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의 질타에도 노교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강의 도중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킨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얘기다. 그는 문제의 발언이 공개되자마자 빗발친 사죄 요구에 “잘못한 것이 없으니 사과할 것도 없다”고 일갈했다. 수업에선 되레 “교수가 강의에서 한 이야기를 녹음해 빼돌리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학생들을 꾸짖기도 했다. 현재 해당 전공 수업은 학교 측의 조치로 중단된 상태다.

류 교수의 ‘말’이 논란의 도마에 오른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으로 활동할 당시인 2017년 7월 그는 청년들에게 “일베(극우 성향 커뮤니티)를 많이 하라”고 독려한 것은 물론, “한국당은 ‘틀딱’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노인 비하 발언까지 쏟아내 물의를 빚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모인 단체 ‘정의기억연대’를 ‘종북 단체’라 일컫고,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에 빗대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하게 하거나, 학생들에게 예고하지 않고 보수정당의 대표를 강사로 초청하는 등 정치색을 짙게 띤 수업방식 또한 비판의 대상이 됐다.

거듭되는 논란에 기세가 꺾일 법도 하지만, 류교수는 거침이 없다. 논란 직후 해당 강의에서 배제 당하자, ‘학문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연세대에 실망했다’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했다. ‘위안부가 일본 정부에 강제 연행됐다’는 게 주류 학계의 주장이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자신의 소수의견도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약자를 혐오하고 유린하는 말들이 언제부터 학문의 탈을 썼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한다. 연세대 총학은 논란 직후 “피해자들을 모독한 책임을 물어 파면해야 한다”고 학교 측에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연세대 측은 오는 30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류 교수에 대한 징계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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