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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MBC 계약직 아나운서 ‘직장 내 괴롭힘’ 아니다”…법 유명무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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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조사 과정서 괴롭힘 가능성 있는 요소 시정 권고

회사의 자체적인 조치로 개선된 상태라 괴롭힘이라 보기 어려워”

직장갑질 119 “회사의 모든 책임 면제해준 것…법 실효성 의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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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MBC)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직후 낸 ‘1호 진정’에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진정 이후 회사 쪽이 한 개선 노력을 근거로 해, 처벌 조항조차 없는 이 법을 더욱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6~2017년 입사했던 아나운서들은 경영진 교체 이후 계약이 해지됐는데, 지난 5월 법원에서 근로자지위보전가처분신청이 인용돼 복직했다. 이후 회사가 △아나운서 업무 미부여 △기존 아나운서국과 별개의 공간에 배치 △사내 인트라넷 접속 차단 등에 나서자, 아나운서들은 이런 조처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진정을 7월16일 서울고용노동청에 제기했었다.

이에 노동부는 “조사 과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 해당 가능성이 있는 사내 인트라넷 단절 등을 시정하도록 지속적으로 (회사에) 권고”했고, 회사의 자체적인 조치로 “(상황이) 개선된 이후 현재 상태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27일 밝혔다. ‘개선’은 문화방송이 진정 이후 구성한 자체 조사위원회의 권고로 사내 인트라넷 차단 등을 시정하고, 업무와 공간 조정안을 제시한 것을 일컫는다. 하지만 방송 대신 내년도 한글날 프로그램 기획, 다른 아나운서들의 공간 이동을 전제로 한 내용이어서 실질적인 개선은 아니라는 게 진정을 낸 이들의 생각이다.

‘진정을 제기한 당시엔 괴롭힘 소지가 있었지만, 이후 상황이 달라졌으므로 괴롭힘이 아니다’라는 결론에 아나운서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선영 아나운서는 “우리 의사는 묻지도 않고 조사 기한까지 연장해서 한 일이 고작 회사가 자체적인 조치를 하도록 시간을 벌어주려는 것이었느냐”며 “이번 결론은 모든 회사들에 괴롭힘 해소 노력만 하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꿀팁’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회사 쪽은 “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아니다’라는 결정을 존중한다”며 “동시에 진행 중인 1심 소송(해고무효확인소송)에도 절차에 따라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진정 내용이 법에 명시된 괴롭힘인지 아닌지만 판단해야 하는데, 한번 인정하면 앞으로 모든 게 다 괴롭힘이라는 문제제기가 밀려들까 우려해 내린 답인 것 같다”며 “처벌 조항도 없는데 괴롭힘이 아니라고까지 하면 회사는 모든 책임이 면제되는 것으로, 법의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문현숙 선임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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