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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생생확대경]韓자본시장 '옥석구분'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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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상장 ‘리츠(REITs)’를 한국 증시에 상장해 거래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국내 자본시장법에 근거가 없어 무산됐다. 해외 리츠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면서 직접 투자비중이 늘고 있는데 해외 상장 리츠를 국내로 끌어들이면 수수료 수익은 물론 증시 활성화 등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음에도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법 개정에 무관심하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대형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해외 리츠 상장 포기 이유를 설명하던 중 너무 많은 규제가 존재하지만 정작 필요한 지원책은 없다고 토로했다. 해외 직접투자로 이탈하는 국내 투자자를 증시로 유도하고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법 개정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래소나 금융당국 모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상장한 리츠의 시가총액만 2400조원에 이를 정도로 해외 상장 리츠 투자가 천문학적인 규모이지만 국내에서는 법과 당국의 무관심에 가로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실을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알고 있음에도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자본시장법 개정에 소극적이라고 했다. 거래소는 증시 거래대금을 늘리겠다면서 리츠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데 이미 해외에서 검증되고 활발한 거래를 하는 상장 리츠조차 국내 증시에 들여오지 못하는 건 아이러니라고도 했다.

증권거래세 폐지 이슈도 마찬가지다. 경제 위기에 대한 인식도 원인 진단도 엇갈리는 상황 속에서 여야가 거의 유일하게 같은 목소리를 내는 이슈다. 하지만 예산과 세제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선을 긋고 있다.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증권거래세 폐지토론회에서 명확한 온도차를 보였다.

해외 리츠와 증권거래세 폐지는 단편적인 예일 뿐이다. 국내 자금이 모험적인 자본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각종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도 여러 규제완화책을 펼치고 있지만 시장에선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벤처투자부터 스케일업 펀드, 기업공개, 상장 후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조달까지 체계적인 기업 투자 시스템을 정착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이 같은 자본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돈이 자본시장에 들어와 장기적으로 머물며 수익을 내도록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자본시장을 옥죄는 규제 완화와 시장 활성화를 위한 ‘두 마리 토끼 잡기’다.

‘옥석구분’이라는 한자 성어가 있다. 얼핏 옥(玉)과 석(石)을 가린다는 뜻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정반대의 뜻이다. ‘곤산에 불이 붙으면 옥과 돌이 함께 불타 없어진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갈수록 고착화하는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증시 활성화 대책을 신속히 추진해야 하지만 지지부진하다. 증권가에선 투자자 고령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요즘 2030세대는 국내 주식에는 관심이 없다. 매력 없는 코스피·코스닥을 떠나 나스닥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러다간 정말 한국의 자본시장이 옥석구분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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