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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기술은 반도체의 원재료인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기술로, 파장 길이가 13.5㎚(나노미터·10억분의 1m)에 불과한 극(極)자외선을 이용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EUV를 이용하면 반도체 업계에서 미세 공정의 한계로 여겨졌던 7㎚를 뛰어넘어 2~5㎚에 이르는 초미세 공정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의 크기가 줄고 에너지 소모가 줄면서 성능은 높아지고 웨이퍼 한 장으로 더 많은 반도체 칩을 만들 수 있어 생산성도 높아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EUV 시대가 열리면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의 반도체를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게 돼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같은 미래 기술의 상용화 속도도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반도체 업체들이 주로 사용해 온 불화아르곤(ArF) 광원은 파장이 193㎚에 달했다. 이 때문에 현재 반도체 업계의 주력 제품인 10㎚대 미세 회로를 그리는 데도 복잡한 회로를 여러 부분으로 나눠 겹쳐 그리는 복잡한 '패터닝(patterning)' 과정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세계 최대 CPU 생산업체인 미국 인텔을 비롯한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수년째 12~14㎚ 공정에서 반도체를 생산해왔다. 그러나 EUV 기술 확산과 함께 반도체 기업 간 초미세 공정 경쟁에 다시 한 번 불이 붙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모바일 CPU(중앙처리장치) 제품을 7㎚ EUV 공정으로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내년에는 5㎚ 제품을, 2021년부터는 3㎚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를 통해 비메모리 시장에서도 기술적 우위를 기반으로 업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목표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TSMC도 이에 질세라 "2024년부터 2㎚급 반도체도 양산하겠다"고 선언했다. 한 발 뒤처진 인텔은 2021년부터 AI, 데이터센터 등에 쓰이는 GPU(그래픽용 반도체)를 먼저 EUV 공정으로 양산할 전망이다. 이후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 PC용 CPU 등으로 확산해 주도권을 유지할 계획이다.
◇IT 기술의 진보 이끄는 EUV 반도체
업계는 조만간 메모리 반도체에도 EUV 기술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차세대 D램을 개발하면서 EUV를 이용한 공정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사상 최초로 한 자릿수 ㎚ 공정으로 생산된 초고속 D램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V 기술로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얻는 이득은 크다. EUV 기술로 만든 초미세 공정 반도체는 크기와 함께 소비 전력이 줄어들어 발열이 적다. 이는 작동 속도를 높여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유리하다. 실제로 5㎚ 공정의 제품은 7㎚ 공정 제품보다 크기는 25% 작은데도 성능은 10%, 전력 효율은 20% 더 좋다. 제조 공정이 3㎚까지 진화하면, 7㎚ 대비 크기는 절반 수준으로 줄고, 성능과 전력 효율은 각각 35%와 50% 개선된다.
무엇보다 EUV 기술을 활용하면 현재 ArF 광원 기술에 필요한 반복 공정 수가 줄어든다. 이로 인해 제조 시간이 크게 줄어들고, 생산비도 장기적으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내장한 반도체를 만드는 것도 수월해진다. 업계에서는 "2년마다 반도체 성능이 2배 개선된다는 '무어의 법칙'이 EUV와 함께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IT(정보기술) 업계는 EUV 반도체 덕분에 AI,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로봇 등 미래 기술의 확산이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EUV 기술로 고성능 반도체가 앞으로 자동차·옷·안경·시계 등 주변의 모든 사물에 탑재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철 기자(charl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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