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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빚더미’ 용인시, 해도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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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 도로 개설… 3천억대 체육공원 조성… 수백억 주민센터 신축

지난 1일 경기 용인시청사 지하 1층 주차장. 민원인 전용 주차장 벽 8곳에서 마치 샤워기를 틀어놓은 듯 빗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유리 창문과 콘크리트를 접착시키기 위해 사용한 실리콘이 훼손되면서 누수가 발생했다. 불과 20㎜ 내린 비에 주차장 곳곳에 빗물이 흥건히 고였다. 건축비만 1620억원으로, 정부 중앙청사보다 크고 호화롭기로 소문난 용인시청사 건물이 실상은 하자투성이였던 것이다.

용인시의 혈세 낭비가 도를 넘어섰다. 무용지물 도로를 개설하는가 하면 동주민센터 신축 등 시급하지 않은 사업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수천억원을 들여 조성하는 3만7000석 규모의 대형 경기장도 문제다. 일단 추진해 놓고 보자는 전형적인 ‘탁상행정’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재 용인시는 호화청사 건립과 경전철 사업 등으로 극심한 재정난에 허덕이는 상태다.

용인시는 지난해 말 9억원을 들여 기흥구 보라동 나곡중학교 인근에 도시계획도로(길이 140m, 폭 8m)를 개설했다. 한국민속촌 인근 보라동 신창아파트 앞 도로와 연결된 이 도로는 얼마 가지 못해 바로 끊긴다. 도로 끝에는 ‘보라공원 진입도로’라는 안내 표지판만 덩그러니 있다. 보라공원은 예산 문제 등으로 공원 부지만 지정됐을 뿐 조성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이 도로는 무용지물로 마을 주민들이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용인시가 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은 공원의 진입로를 만든다며 혈세를 낭비한 것이다.


용인시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공건물 14개를 신축하고 있다. 동주민센터 8개소·종합복지센터 2개소·시민체육공원·보훈회관·노인복지관 등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전체 예산은 53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2011년 착공한 시민체육공원 조성 사업의 경우 3023억원이 투입된다. 시민체육공원에는 3만7000석 규모의 종합운동장도 들어선다. 이 운동장은 90만명 정도의 용인시 인구를 고려할 때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추진하는 무리한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용인에 사는 김모씨(56)는 “건물이 낡았으면 고쳐 쓰면 될 것이지 한두 곳도 아닌 14곳을 수천억원씩을 들여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단체장 치적 쌓기에 불과한 사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주민센터의 경우 8년째 민간건물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시급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전철 건설 이전부터 계획돼 있던 것으로 그동안 부지를 순차적으로 매입했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용인시는 1조32억원을 들여 2010년 6월 완공한 용인경전철 때문에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사업시행사에 지급할 최소수입보장 비율 등을 놓고 다툼을 벌이다 지난해 국제중재법원에서 패소해 7786억원(이자 포함 8500여억원)을 물어줘야 할 형편이다. 이미 6856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 빚더미에 올라 있다.

■ 광주시 경안동 주민은 “주민센터 짓지 말라” 탄원서

용인시의 ‘호화청사’ 논란과는 달리 광주시 경안동 주민 180여명은 6일 경안동 주민센터 건물 신축을 취소하고 보수해 사용할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연대 서명지와 함께 광주시의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지금은 국가적으로 절약할 시기”라며 “건물이 낡았다고 100억원 이상을 들여 신축하는 것보다 대폭 수선해 비가 새는 것을 막고 외관을 보완하면 역사성과 경제성을 모두 충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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