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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아들의 간절함이 화살머리고지에 묻혀있던 아버지를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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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머리고지 국군유해 세 번째 신원 확인

고 김기봉 이등중사 완전유해 형태로 발굴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 고지에서 발견된 국군 유해에서 세 번째 신원 확인이 이뤄졌다.

군 당국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명시된 대로 지난 4월부터 북한과 이 지역에서 공동 유해발굴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었지만, 북한의 불참으로 남측 지역에서만 단독으로 해당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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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유해로 발견된 고 김기봉 이등중사의 생전 모습. [사진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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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19일 "지난 5월 22일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완전 유해 형태로 발굴된 유해가 고 김기봉 이등중사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2일 머리뼈 등 일부 부위로 모습을 드러낸 김 이등중사의 유해는 이후 추가발굴을 통해 6월 13일 완전히 수습됐다. 앞서 군 당국은 김 이등중사의 유해가 발견된 지점과 가까운 곳에서 고 박재권, 남궁선 이등중사의 유해에 대해 신원 확인을 마친 바 있다.

국방부는 김 이등중사의 아들 김종규(70)씨가 2009년과 2018년 제공한 유전자 정보를 통해 신원 확인 작업을 완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2009년 거제보건소를 찾아 혈액검사를 통해 유가족 DNA 시료채취에 참여한 뒤 지난해 12월 부친의 전투현장이었던 화살머리 고지에서 유해발굴이 진행됐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한 번 DNA 시료 채취에 나섰다. 군 당국자는 “아들의 간절한 기다림이 아버지를 찾은 셈”이라고 말했다.

1951년 12월 27살의 나이로 6·25 전쟁에 참전한 김 이등중사는 제2사단 31연대 소속으로 1953년 7월 화살머리 고지 4차 전투에서 치열한 교전을 벌이다 전사했다. 정전협정 체결을 불과 17일 남겨둔 시점이었다.

김 이등중사의 유해는 좁은 개인호에서 아래 팔이 골절되고, 온몸을 숙인 상태로 발견됐다. 정밀 감식결과 두개골과 몸통에서 금속파편이 확인된 점으로 미뤄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하게 전투에 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미처 다 사용하지 못한 탄알이 장전된 M1 소총과 철모, 전투화, 참전 기장증을 보관한 지갑, 단추, 연필 등이 유해와 함께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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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기봉 이등중사의 유해와 함께 발견된 M1 소총과 철모, 전투화, 참전 기장증을 보관한 지갑, 단추, 연필 등. [사진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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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전사 당시 4살이었던 김씨는 "DMZ 유해발굴 소식을 접한 뒤 거기에 아버지가 계신다는 생각에 반드시 찾고 싶다는 간절함이 컸다"며 "지금도 진짜 찾은 게 맞나 싶은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유가족들과 협의를 거쳐 10월 중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할 방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DMZ내 미수습 국군 전사자 유해가 1만여 구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북측이 호응해 올 경우에 대비, 언제라도 남북공동유해발굴 작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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