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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설 명절 '간병살인', '간병자살'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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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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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YTN]

□ 방송일시 : 2019년 9월 15일 (일)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출연 : 이혜리 서울신문 기자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공저자)

"추석, 설 명절 '간병살인', '간병자살' 급증"

- 오랜만에 가족들 만나 그간 쌓인 원망 분노 폭발, 상대적 박탈감 느끼는 게 원인

- 고령화 속도 빠른 우리나라도 가족 간병에 대한 대책 마련해야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1) '긴 병에 장사 없다'는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가족의 긴 병환을 옆에서 지키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인데요.

언론에서도 잊을만 하면 들려오는 소식이 바로 이 긴 병에 지쳐 그만 가족에게 몹쓸 일을 하고만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추석을 앞둔 지난 3일에도 오랜 간병이 힘에 부쳤는지, 아들이 80대 노모와 장애인 형을 살해하고, 자신도 그만 한강에 투신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다른 뉴스에 묻혀 금방 또 잊혀져버렸는데요.

오늘은 이른바 '간병 살인'에 대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의 공저자이기도 한데요,

서울 신문 이혜리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혜리 기자>

안녕하세요.

2) 지난 9월 3일 오랜 기간 아픈 가족을 돌보다 지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혜리 기자>

네, 병을 앓고 있던 80대 노모와 중증지체장애인 형을 간호하던 둘째 아들이 간병 스트레스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범행을 저지른 심씨도 한강 속에서 숨진 채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사건 관련자들이 모두 사망했기 때문에 아직 확실한 동기 등이 밝혀지지는 않고 있는데요, 노모와 형을 보살피던 심씨는 8개월 전부터 직장도 그만두고 어머니와 형을 전담해서 돌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심씨에게 별다른 외상 등 범죄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3) 네, 결국 간병을 하던 둘째 아들이 어머니와 형을 먼저 보내고, 자신도 비극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었죠.

<이혜리 기자>

사실 이 사건은 가족의 간병살인과 자살이 모두 발생한 비극적인 사례입니다.

저희가 작년에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처음으로 지난 10여년간 발생한 간병살인 전수 조사를 했었는데요. 간병살인의 경우 판결문 기록이 남아 있어서 일일이 확인이 가능했지만, 간병자살의 경우는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실제 발생한 간병자살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4) 간병자살은 기록조차 남지 않는다... 아마도 이번 사건처럼 당사자들이 모두 숨졌기 때문에 그렇겠군요?

<이혜리 기자>

네, 그나마 이번 사건은 언론이 보도했기에 최소한의 기록은 남아 있는 상탠데요. '간병 살인'과 다르게 '간병 자살'은 설사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가 있다고 한들 자살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에 통상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됩니다. 법적으로 유무죄를 따질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간병살인과 달리 판결문도 남지 않는데요. 결국 남는 기록은 변사사건처리부 한 장이 전부입니다.

변사사건처리부 한 장에 정리된 한 인간의 죽음은 냉정하리만큼 간단명료한데요. 시신을 발견한 일시와 장소, 변사종별(원인), 변사자 인적 사항, 발견자, 사인, 사망 추정시간 등 단답형으로 정리됩니다. 한 인간이 죽음을 결심하기까지 겪은 수많은 고통과 고뇌는 그냥 '자살'이란 단어 속에 묻히는 것이죠.

5) 그렇게 그냥 묻히게 되는 거군요.

<이혜리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간병자살 통계를 내보려고 시도했지만 사실상 국가에서 내는 자료가 없어서 실패했고요. 그나마 200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언론에서 기록한 간병자살 사건들만을 취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총 60건을 찾아냈고, 이는 극히 최소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말 극진하게 간호하다 견딜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해서 서로 같이 동반자살하거나 한쪽이 한쪽을 살해하고 자신이 자살로 마감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는데요.

그 중에는 굉장히 안타까운 사연이 많았는데요. 예를 들어 노부부가 서로를 간병하다 자식들에게 더 이상 부담을 주기 싫다고 한날한시에 떠난 케이스도 많았고요, 오랜 간병을 하면서 경제적으로도 극한 상황에 몰려서 모녀가 서로의 몸에 줄을 감고 한강에 투신한 경우 등도 있었습니다.

6) 저희가 '간병살인', '살인'이란 표현을 쓰고 있지만, 이게 누가 누군가를 극도로 혐오하거나 미워서 이런 상황에 이르는 게 아닙니다.

내가 더 책임여쟈 된다...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몰려서 한 선택이죠. 혹시 듣기 거북하시더라도 이를 감안해서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이게 사회가 초고령화, 핵가족화로 진입하면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 되는데요. 취재하시면서 대안은 없던가요?

<이혜리 기자>

지금도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조건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방문요양 서비스 등이 제공이 되고 있고요.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해서도 재가 간병, 가사 지원 등 서비스가 지원되긴 합니다만, 좀 더 간병가정의 상황을 잘 파악해서 '맞춤형 간병'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아까 말씀드린 심씨의 사례는 어머니와 형을 간병하는 '다중간병'인데요, '다중간병'을 해야 되는 분들은 하루 24시간 몸이 모자란 지경에 이른 경우가 많습니다. 이분들의 경우 직장까지 그만두고 가족을 돌보다 생계까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간병살인의 도화선이 되는데요. 그래서 간병휴직 제도를 정착 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도 이 제도가 있긴 하지만 무급이다보니 이용도 매우 저조합니다.

아무래도 생계가 어려우면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일본의 경우 최장 93일을 쉬면서 고용보험에서 임금의 40%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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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런데 요즘에는 직접 간병보다 요양원 같은 시설에 맡기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까?

<이혜리 기자>

장기 요양 시설의 경우 전국에 5200여개(2018 5284개)가 넘습니다. 문제는 질이 담보되지 않아서 믿고 맡기질 못한다는 겁니다. 요양원에 부모를 보내는 것이 현대판 고려장이다...이런 지적도 많고요. 그래서 이용자들은 그나마 질이 높은 국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요양원을 선호하는데 5200여개 요양 시설 중 2%정도에 불과합니다. 결국 이용자가 몰리는 곳만 몰리는 겁니다. 결국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합니다.

시설 말고 요양보호사의 경우 질도 낮고 숫자도 부족합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가 150만명이 넘는다고 하지만 실제로 활동하는 분들은 30~35만명 수준입니다. 만성질환자를 돌보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죠. 요양보호사에 대한 처우도 열악하기 때문에 서비스 질도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8) 오늘 같은 명절에도 사실 쉴 수 없는 게 간병입니다. 우리가 오늘 얘기하고 있는 '간병살인'이 명절에 급증한다는 통계도 있다면서요?

<이혜리>

네, 저희가 판결문 108건을 조사한 결과, 지금처럼 추석, 설, 어린이날, 어버이날 가족이 모이는 때에 발생한 간병살인만 18%에 이르렀는데요. 전문가들은 간병을 하면서 단절된 삶을 살다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게 되면 오히려 쌓인 원망이나 분노가 폭발할 수 있는 건데요. 단란하고 즐겁게 보내는 시간에 본인들의 간병 전쟁은 끝나지 않는 거잖아요. 그래서 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던 어머니와 형을 간호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던 심씨의 사례를 보면서 제가 직접 취재했던 '다중간병' 케이스가 떠올랐습니다.

이분은 50대 남성이었는데요,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어머니, 유방암 수술 후 후유증으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아내, 복합장애 1급으로 보조기 없이 거동이 불가능한 딸 삼대를 오롯이 혼자 돌봤는데요. 사건 발생일은 4년 전 이맘 때(2015년 9월 11일) 추석을 앞두고 발생했습니다.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던 아내는 정씨에게 집요하게 죽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 죽을 자리를 보러가자고 매달려왔는데요.

그러면서도 누워계신 어머니의 대소변을 치우고 밥을 챙기고 해야 했습니다. 거동이 어려운 딸을 돌보고 재활치료를 받게 했고요. 극한의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지치고 지친 끝에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아내의 뜻대로 정씨는 인적이 드문 곳에 차를 세우고, 술에 취해 잠든 아내 옆에 연탄불을 피워두고 나왔습니다. 그 후 정씨는 자살방조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가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습니다.

슬하에 1남2녀가 있는데, 자식들과 아내의 지인들이 선처를 호소했고요.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도 전화를 해봤는데, 굉장히 안타까운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김양원>

9) 참, 안타깝습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제도적인 지원이 어떻게 돼있나요?

<이혜리>

일본의 경우 시, 군, 구마다 주민들을 위한 4500여개의 '지역포괄지원센터'가 설치되어 있고, 여기에는 케어 매니저들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환자와 환자를 케어하는 가족들의 상태를 수시로 진단해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데요.

예를 들어 간병 과정에서 폭력이나 폭언이 일어났다, 간병인이 정신적으로 매우 지치거나 극단으로 몰리고 있다는 판단이 들면 환자를 단기보호시설로 옮기고 간병인에게 휴식을 주는 식입니다. 이런 서비스만 잘 이루어져도, 간병 가족의 극단적인 선택은 상당부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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