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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CEO LOUNGE] 정몽규 HDC그룹 회장 | 리조트(오크밸리) 이어 아시아나도 군침 ‘M&A 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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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1962년생/ 고려대 경영학과/ 영국 옥스퍼드대 대학원 PPE(철학·정치·경제) 석사/ 1988년 현대자동차 입사/ 1996년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회장/ 1999년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2018년 5월 HDC그룹 회장(현)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HDC현대산업개발이 전격 뛰어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당초 인수 후보로 일절 거론되지 않았지만,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한 이후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최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57)의 승부수가 과연 통할까.

아시아나항공 최대 주주인 금호산업과 매각 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지난 9월 3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마감했다. 채권단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예비입찰에는 애경그룹, 미래에셋대우와 HDC현대산업개발이 구성한 컨소시엄, 재무적투자자(FI)로 한진칼 2대 주주인 사모펀드 KCGI가 뛰어들었다. 주요 대기업이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SK, CJ, GS, 한화그룹 등 유력 후보로 거론된 대기업은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HDC현대산업개발이다. 주택 건설업체기는 하지만 호텔신라와 면세점 사업을 해온 만큼 항공사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은 2015년 호텔신라와 손잡고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도심형 면세점인 ‘HDC신라면세점’을 오픈해 유통시장에 진출했다. 한화그룹이 대규모 영업적자에 허덕인 면세점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면세점 위기론’이 커졌지만 HDC신라면세점은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HDC신라면세점은 지난해 107억원 영업이익을 올려 2017년(52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해외 관광객 유치를 통한 면세점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미래에셋대우와 손잡은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정몽규 회장은 고려대 경영대 선후배 사이다. 앞서 2017년 HDC현대산업개발이 미래에셋대우로부터 부동산114를 인수하는 등 두 회사는 돈독한 신뢰관계를 유지해왔다.

근황이 잘 알려지지 않은 정 회장은 최근 오크밸리 운영사 한솔개발을 품에 안으면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최근 대형 골프·스키 리조트 한솔오크밸리 운영사 한솔개발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약 49.59%를 580억원가량에 사들였다. 한솔개발 사명도 ‘HDC리조트’로 바꿨다.

오크밸리는 강원 원주에 위치한 골프·스키 리조트로 회원제 골프장인 오크밸리CC(36홀)와 오크힐스CC(18홀), 대중제 골프장 오크크릭GC(9홀) 등 총 63홀의 골프장과 스키장, 콘도(1105실)를 갖췄다. 부지면적만 1135㎡로 단일 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오크밸리 기존 시설을 리뉴얼해 골프 코스를 신설하고 고급 타운하우스를 조성하는 등 단계적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이코노미

▶‘승자의 저주’ 우려도 만만찮아

오크밸리 인수는 정몽규 회장이 주도해온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과 무관치 않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 브랜드로 알려진 주택 건설업체. 지난 30여년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부산 해운대아이파크 등 전국 35만여가구 아파트를 공급해왔다. 1970년대 한강변 모래밭이던 서울 압구정동을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시키며 강남 개발을 주도한 주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사들이 저마다 주택 사업을 키우면서 현대산업개발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정 회장은 오크밸리 인수를 계기로 향후 비주택 사업 비중을 높이겠다는 포부다. 현대산업개발은 오크밸리 인수 전에도 호텔, 리조트 사업을 해오기는 했다. 호텔HDC는 서울, 부산에서 특급 호텔 파크하얏트를 운영 중이다. 강원도 고성 아이파크 콘도를 보유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정선에 휴양 리조트 ‘파크로쉬리조트앤웰니스’를 개장하는 등 호텔, 리조트 사업을 키워왔다. 이번에 오크밸리까지 품에 안으면서 레저 사업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단숨에 ‘M&A 시장 큰손’으로 떠오른 HDC현대산업개발은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말 기준 HDC현대산업개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1조1772억원 수준. 단기금융상품 4542억원을 더하면 1조6000억원가량 현금 동원이 가능하다.

정 회장은 그동안 HDC그룹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왔다. 지난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그룹 명칭을 HDC그룹으로 바꿨다. 지주회사 HDC와 사업회사 HDC현대산업개발로 분리해 HDC는 자회사 관리와 부동산 임대·금융업에 집중하고, HDC현대산업개발은 주택·인프라 등 건설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왔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은 단순 시공을 넘어 땅 매입부터 기획, 설계, 마케팅, 사후관리까지 총괄하는 ‘디벨로퍼’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썼다. 보통 대형 건설사는 단순 시공이 주 업무지만 정 회장은 직접 토지를 매입해 개발하는 디벨로퍼 사업을 키워왔다. 국내 첫 민간 주도 개발사업인 수원아이파크시티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부산 랜드마크로 꼽히는 해운대아이파크 역시 그의 손을 거쳤다. 수원아이파크시티는 약 99만㎡ 규모 부지에 7000여 가구 규모 주거시설과 테마쇼핑몰, 복합상업시설, 공공시설 등이 어우러져 개발되는 프로젝트다.

이 덕분에 HDC그룹은 올해 자산 10조5970억원으로 단숨에 재계 순위 33위에 올라섰다. 2014년까지만 해도 자산 7조2000억원 규모로 재계 50위 수준에 불과했다. 실적도 날개를 달았다. 주력 계열사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9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4% 증가했다. 현대산업개발뿐 아니라 지주사 HDC의 2분기 영업이익도 389억원으로 1년 새 26.5% 증가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기업문화 변신에도 발 벗고 나섰다. 직급을 3단계로 단순화하고 직원끼리 부르는 호칭을 ‘매니저’로 통합했다.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5단계였던 직급 체계를 사원, 대리·과장, 차장 이상 등 3단계로 단순화했다. 또 직급에 관계없이 서로 ‘매니저’로 부르기로 했다. “임직원이 각자 업무에서 전문성을 갖고 의사결정하는 책임, 권한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매니저 호칭을 도입했다. 서로 존중하면서 소통하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목적도 있다”는 것이 현대산업개발 측 얘기다.

정 회장은 오랜 기간 대한축구협회장을 맡을 정도로 한국 축구업계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가 축구계에 발을 디딘 것은 1994년 프로축구 울산현대 구단주를 맡으면서부터. 울산현대(1994~1996년), 전북현대 다이노스(1997~1999년)를 거쳐 2000년부터 부산아이파크를 맡아온 프로축구단 현역 최장수 구단주로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축구를 통해 경영 아이디어를 얻어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물론 정 회장 입장에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최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강행한 것은 주택 사업 비중이 높은 HDC그룹에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은 분양가상한제 직격탄을 맞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1만2032가구) 시공사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잇단 규제와 수주 부진으로 향후 현대산업개발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며 ‘M&A 시장 큰손’으로 떠올랐지만 ‘승자의 저주’ 우려도 만만찮다. 항공, 물류업 경험이 없는 데다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9조원을 넘을 정도로 부담이 큰 탓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 소식에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지난 9월 3일 하루에만 9.43% 떨어져 3만26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는 아쉬운 결정이다. 면세점과의 사업 시너지가 나올 수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부채를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회장이 숱한 악재 속에서도 HDC그룹 성장세를 계속 이어갈지 재계 이목이 쏠린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5호 (2019.09.18~2019.09.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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