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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흡연 의욕’ 날려주는 담뱃갑 경고그림? 외국은 더 크고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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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구강암 환자 등 흡연 폐해 전달

국내 경고그림 면적, 앞뒷면 50% 수준

그림 가리는 행위에 정부, 크기 키우기로

호주·뉴질랜드선 뒷면 90%가 경고그림

EU에선 '썩은 발' 등 강한 이미지 부착

한국, 작년 수위 높였지만 아직 약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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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흡연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그림이 부착된 상태로 판매중인 담뱃갑.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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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에 걸린 환자의 힘겨운 모습, 구강암 환자 혀에 자리 잡은 암세포…. 시중에 판매되는 담배 제품을 바라보는 순간 제일 처음 마주치게 되는 이미지들이다. 흡연의 폐해를 전달하기 위한 담뱃갑 경고그림은 대표적인 금연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전 세계 118개국에서 시행 중이며, 한국도 2016년 12월부터 도입했다. 담배로 인한 각종 질병을 보여주는 경고그림(총 10종)은 흡연자의 금연은 물론이고 청소년 등의 흡연을 예방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화려한 디자인 등 담뱃갑을 활용한 광고를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현재 국내 경고그림 면적은 담뱃갑 앞ㆍ뒷면의 50%(그림 30%+문구 20%) 정도다. 외국과 비교하면 작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 경고그림을 도입한 30개국 중 28위 수준이다. 전체 면적의 절반에 불과하다 보니 이를 가리거나 보이지 않게 하는 편법 행위가 끊이질 않았다.

대표적인 게 소매점에서 담배를 진열할 때 경고그림을 가리기 위해 거꾸로 세워두는 방식이다. 2017년 조사에선 소매점 30%가 거꾸로 진열하는 것으로 나왔다. 또한 담뱃갑을 여닫는 부분에만 경고그림이 있는 걸 이용해 젖히면 아예 보이지 않도록 제작하는 일도 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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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 경고그림 면적 확대 전후 시안. [사진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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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에서도 경고그림과 문구의 크기를 키우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 담뱃갑의 앞ㆍ뒷면 50%인 표기 면적을 75%(그림 55%+문구 20%)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고 7월부터 이달까지 입법예고를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중이다. 복지부는 2020년 12월 세번째 경고그림ㆍ문구 교체 주기(2년마다 교체)에 맞춰 더 커진 경고그림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외국의 상황은 어떨까. 일반적으로 경고그림과 문구는 크면 클수록 그 효과가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FCTC)도 담뱃갑 면적의 50% 이상에 가능한 한 크게 표기할 것을 권고한다. 대부분의 외국 담뱃갑 경고그림은 이러한 원칙을 따르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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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사용하는 담뱃갑 경고그림. [사진 국가금연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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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제도를 도입한 호주는 가장 적극적으로 경고그림을 활용하는 국가다. 담뱃갑 앞면의 75%, 뒷면의 90%(앞ㆍ뒷면 평균 82.5%)를 흡연의 폐해를 보여주는 그림으로 가득 채운다. 2008년 경고그림을 도입한 뉴질랜드도 이웃 호주와 면적이 같다. 크기만 큰 게 아니다. 금방 튀어나올 듯한 눈, 시커멓게 변해버린 폐, 변색한 이 등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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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에서 사용하는 담뱃갑 경고그림. [사진 국가금연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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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도 강력한 경고그림 제도를 시행한다. EU 회원국들은 3개의 세트로 구성된 경고그림을 해마다 순환해서 사용한다. 올해 1세트 그림을 부착했다면 내년에는 2세트, 2021년에는 3세트를 쓰는 식이다. 같은 경고그림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흡연 예방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 세트당 경고그림은 14개다. 흡연으로 숨진 사람을 보여주거나 까맣게 썩은 발, 구멍 뚫린 목, 간접흡연에 고통받는 아기를 등장시키는 식이다. EU 국가들은 담뱃갑 앞ㆍ뒷면의 65%를 경고그림으로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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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사용하는 담뱃갑 경고그림. [사진 국가금연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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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고그림을 채택한 나라 중 하나다. 입 옆에 자라난 커다란 암 덩어리나 폐를 가른 모습 등을 보여준다. 한국도 지난해 말 두 번째 경고그림으로 교체하면서 표현 수위를 더 높였다고 하지만 이들 국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약한 편이다. 복지부는 “경고그림ㆍ문구 면적 확대를 통해 담배의 폐해를 보다 효과적으로 국민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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