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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볼턴 해임은 '유가 하락' 청신호?…이란 정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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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란 관계개선 전망 속 북한 만큼은 어려울수도”

세계일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해임된 데 이어 미국의 대(對) 이란 제재 완화 가능성이 잇달아 보도되면서 뉴욕 유가가 하락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65달러(2.9%) 하락한 55.7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란에 강경책을 고수해온 볼턴 해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원유 시장 참가자들은 이란 정세와 미국 재고 지표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볼턴 해임, ‘유가하락 청신호’로

CNN 방송은 12일 “볼턴 보좌관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소식이 전해진지 불과 몇분 후, 유가가 하락했다”며 “중동에서의 재앙적인 전쟁 가능성도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풀이했다. CNN은 “이란과의 갈등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보이는 전쟁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을 해임한 뒤 몇시간 후,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전제조건 없이 만날 수 있다고 했다고 폼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밝혔다”며 “볼턴이 사라짐으로써 그러한 만남(이란 정상과의 대화)은 백악관 내에서 저항 없이 진행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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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체는 “그러나 트럼프와 로하니의 만남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분명하지 않다”며 북한과 이란을 비교·대조해 분석했다.

CNN은 “북한의 사례를 살펴보면 트럼프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관계의 본질적 성격(nature)이 바뀌었다. 북한의 핵프로그램과 대북제재는 그대로인 상태임에도, 양 측 지도자들은 이제 모욕 대신 ‘러브레터’(친서)를 주고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의 경우, 제재 완화나 확약이 없으면 김정은처럼 행동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미·이란 정상회담을 위해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답했다. 이어 “이란은 엄청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제재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며 이란이 거래를 원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미국 언론들은 대이란 제재 완화 가능성을 남겨둔 언급이라고 해석했다.

◆향후 이란 정세 주목

원유가격은 향후 글로벌 원유 수요 감소, 미국 재고 감소, 이란 정세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날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및 내년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OPEC은 올해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하루평균 102만 배럴로 조정, 지난 8월에 내놓은 전망 110만 배럴에서 8만 배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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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유 재고는 예상보다 큰 폭 줄었다.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 원유재고가 약 691만 배럴 감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 240만 배럴 감소보다 큰 폭이다.

이란 정세가 유가에 지속해서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RBC 캐피탈 마켓의 전략가들은 “볼턴의 갑작스러운 해임은 이란 핵 갈등을 대폭 경감할 수 있는 요인”이라면서 “이는 오는 2020년 1분기까지 하루평균 70만 배럴의 원유를 시장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란의 대화가 열리고 제재가 완화될 경우 이란 원유가 시장으로 되돌아오면서 원유 공급 우위 상황이 심화될 수 있다. 다만 이란 정부는 아직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CNBC와 인터뷰에서 제재가 완전히 해제되기 전까지는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이 이란 원유 공급을 틀어막는 제재 압박을 가해온 가운데, 미국 동맹국들은 제재 압박 동참요구를 받아왔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제재 면제 협의 끝에 1년 단위로 미국과 협상을 거쳐 이란 원유 수입을 진행하고 있다. 대이란 제재 완화시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들의 경우 한결 숨쉴 틈이 생긴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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